철강 출하 차질 피해 1조원대, 품절 주유소 비수도권까지 확산세
시멘트 출하량은 점차 회복…강원·인천 등 레미콘공장 운행 재개
대기공간 찾아 태양광 발전소까지 |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운송거부)이 9일째를 맞으면서 산업계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철강재는 제때 출하를 하지 못하면서 1조원대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타이어와 차량도 생산물량을 쌓아둘 곳이 없어 속속 감산 체제로 들어가고 있다.
시멘트 분야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출하량이 조금씩 회복되고는 있지만 평시 수준에 미치지 못해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운행 멈춘 화물차량 |
◇ 철강 피해 현실화…출하 차질 1조원 넘어
지난달 24일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이 2일까지 이어지면서 출하하지 못한 철강재들이 쌓이고 있다.
평소 300여대의 화물차가 공장을 오가며 철강재를 옮겼지만 화물연대 파업 이후 100여대만이 움직이고 있다.
군산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출하하지 못한 철강재들이 쌓이면 적재 공간이 부족해져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에 위치한 한 철강 업체도 파업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물류가 중단됐고, 제품보관 장소도 마땅치 않아 생산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강업계가 입은 출하 차질 규모가 1조1천억원(1일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5대 철강사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의 출하 차질액은 8천700억원으로 추정했다. 11월 30일까지 7천313억원이었는데 하루새 1천400억원 정도 늘었다.
산업부는 "철강재는 육로·해상운송 포함해 기존의 절반 가량만 출하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부원료 반입에도 애로를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휘발유 품절 |
휘발유를 운송하던 탱크로리가 멈춰서면서 품절 주유소도 확산하는 추세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품절 주유소가 전날보다 19곳 증가한 52곳으로 집계됐다.
품절 주유소는 서울·경기·인천 32곳, 비수도권 20곳 등으로 수도권에서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루 평균 8만∼9만본 규모의 타이어가 생산되고 있지만, 완성차 납품에 필요한 소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창고에 쌓아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타이어를 쌓아둘 공간이 점차 줄자 금호타이어 측은 오는 6일까지 감산 체제로 공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기아 광주공장 역시 하루 2천대 생산되는 차량을 공장에 쌓아둘 수 없어 '로드탁송(개별 운송)'을 통해 제3의 차고지로 옮기고 있다.
이를 위해 하루에 700∼800명의 단기 근로 탁송 기사들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도 컨테이너 입출고율이 급감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두 공장에서 생산된 타이어를 실어나를 컨테이너 반출량이 하루 평균 150대였다면 파업 이후로 입출고율이 40%까지 떨어졌다"면서 "파업이 더 장기화하면 물류가 중단되고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천 시멘트 업체 오가는 화물차량 |
◇ 시멘트 출하량·물동량 일부 회복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총파업에 대응하면서 일부 회복세를 보이는 업계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1일 기준 시멘트 출하량은 8만2천t으로, 전날 4만5천t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시멘트 재고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레미콘 공장들도 운행을 재개하고 있다.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일 현재 도내 레미콘 공장 중단율은 62.1%(132곳 중 82곳)로, 전날 80.3%에 비해 소폭 줄었다.
충북 시멘트 출하량도 평소의 60% 수준으로 올랐고, 삼표시멘트 인천사무소도 평시 대비 10%에서 26% 수준으로 증가했다.
긴급물량 등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반출입이 점차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12개 항만의 밤 시간대(전날 오후 5시∼이날 오전 10시)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81% 수준으로 올라왔다.
컨테이너 반출입량 규모가 가장 큰 부산항은 거의 정상화됐다.
평택해양지방수산청 관계자는 "파업 이후 반출입이 평시의 5∼20% 수준에 불과했는데 어제는 50% 정도 이뤄져 큰 회복세를 보였다"며 "운송사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 노조 측 협조를 구하며 반출입량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총파업 여파로 여전히 반출하는 시멘트가 줄었기 때문에 당분간 피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A레미콘 제조업체는 주원료인 시멘트 보유분이 소진돼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사인 B사는 레미콘 등 건자재 수급 중단으로 공사 중단 현장이 발생했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모든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예정이다.
해상공사를 하는 C사 역시 재고 보유량이 하루치에 불과해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배기 대전세종충청 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더 추워지기 전에 레미콘 공장 업체들은 최대한 가동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하니까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하니 다음 주에는 나아지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추가 면담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 업무 복귀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5일부터는 업무개시명령서를 받고 복귀하지 않는 시멘트 화물차 기사에 대한 제재에 착수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를 지원하기 위해 3일 서울과 부산 신항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회한다.
(차근호 김동민 김솔 김소연 김상연 김용태 김선형 백나용 이해용 천정인 권정상 나보배 기자)
war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