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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로봇이 온다

미, 경찰에 ‘킬러로봇’ 승인…극한상황 한정, 차별적 판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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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 당국, 8 대 3가결…“다른 수단 없을 때만”

빈곤층·사회적 소수집단 상대 차별적 사용 우려


한겨레

샌프란시스코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원격조종 로봇. 폭스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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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당국이 치안 유지 목적의 킬러로봇 사용을 허가했다.

이는 킬러로봇이 군사 안보 영역을 넘어 시민 안전 영역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는 걸 뜻한다. 여러 조건을 단 허가였지만 킬러로봇 사용에 대한 합법적 근거를 부여함으로써, 킬러로봇 논란이 새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감독관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어, 위급한 상황에서 폭발물을 장착한 로봇을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경찰국(SFPD)의 요청을 투표에 붙인 끝에 8 대 3으로 통과시켰다.

위원회는 대신 일반 시민이나 경찰의 생명이 위험하고 다른 무력 수단을 사용한 뒤에도 용의자를 제압할 수 없을 때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또 경찰국장을 포함한 극소수의 경찰 고위간부들만이 로봇의 사용을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이날 킬러로봇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2시간 동안 격렬한 토론을 벌인 뒤 투표를 진행했다. 반대자들은 킬러로봇의 배치가 빈곤층이나 사회적 소수집단에 대한 경찰의 공격성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결정은 시 조례 제정을 위한 중간단계로, 12월6일 열리는 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절차는 대체로 통과의례 성격이 짙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한겨레

지난달 29일 샌프란시스코감독위원회가 경찰국이 요청한 킬러로봇 사용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폭스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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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긍정 역할 대신 반로봇 정서 키울까 우려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은 현재 폭탄 감지나 사각지대 감시용 등으로 12대의 원격조종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국은 이번 결정에 따라 이들 로봇에 폭발물을 장착할 수는 있으나, 아직은 그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국 대변인 앨리슨 맥시는 “무장하거나 위험한 용의자를 무력화하거나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폭발물을 장착한 로봇을 배치할 수 있다”며 “이 로봇은 무고한 생명을 구하거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극한 상황에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생명을 보호하는 것과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벽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국제표준화기구인 ASTM인터내셔널의 로봇공학 및 자율시스템 프로그램 책임자인 아론 프래터는 로봇 전문매체 ‘로봇리포트’에 “샌프란시스코 결정의 가장 나쁜 점은 반로봇정서를 키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은 따분하고 더럽고 위험한 일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는 등 사회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결정은 정보가 없는 대중에게 로봇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심어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에서 경찰의 킬러로봇 사용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때는 2016년이었다. 당시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은 원격조종 로봇으로 5명의 경찰관을 살해한 용의자를 사살한 바 있다.

이후 무기를 탑재한 로봇들이 잇따라 등장하자 지난 10월 현대차그룹 계열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비롯한 로봇 기업 6개사는 로봇을 무기화하지 않겠으며 로봇 구매 고객에게도 이를 요구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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