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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 “이태원 참사 당일 용산구청장은 행적 거짓말, 안전과장은 낮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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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국장은 증거인멸 정황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직후 용산구청장은 물론 구청의 안전·재난 담당 부서 책임자들이 현장 지휘나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오히려 돌연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허위 보고서를 만드는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경찰, 소방, 서울시와 용산구청 등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 원인과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특수본은 최근 “‘주최 측이 없는 행사’라도 최종 관리 책임은 그 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참사 전후 용산구청의 안전·재난 관련한 대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특수본의 잠정 결론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수사를 통해 용산구청장은 개인 용무로 지방에 내려갔고 안전·재난 관련 실무 책임자인 안전재난과장은 참사 당일 낮부터 개인적인 술자리에 참석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가 난 날이 휴일인 토요일이란 점을 감안해도, 핼러윈 당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었다는 점과 사고의 중대성 등에 비춰볼 때 용산구 공무원들의 과실이 뚜렷하다는 게 특수본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전인 지난 10월 25일 구청에서 열린 핼러윈 대비 회의에서 10분도 되지 않아 부구청장에게 회의를 맡기고 자리를 뜬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당시 “나는 선출직이라 대민 업무를 해야 하니 행정 업무는 부구청장이 맡아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당일에도 박 구청장은 고향인 경남 의령군에 다녀왔는데, 용산구는 “지역 축제 행사 초청을 받았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특수본은 이 방문이 개인 용무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출장 처리도 하지 않았고 용산구청 간부 등이 구청장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의령 군수와 30분 면담했지만 개인 일정을 3시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그가 개인 용무를 보면서 관용차를 타고 의령에 다녀온 것도 잘못이라는 게 특수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이런 점을 종합해 박 구청장이 지역 안전에 대한 지자체 총책임자이면서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르면 다음 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안전건설교통국 A국장과 그 휘하에 있는 안전재난과 B과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최근까지 조사해 왔다. 특수본은 두 사람 모두 이번 참사에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A국장은 참사 직후인 오후 11시 50분쯤 인명 피해 사실을 알게 됐지만 구청 차원의 대응을 적절하게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부서 직원들이 참사 직후 A국장에게 해야 할 일을 수칙대로 알려주었지만, 그는 “내가 (그런 일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 인멸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참사 이후 스마트폰을 교체했는데, “화장실에 빠트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그가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B과장의 경우 참사 당일 낮부터 오후 10시까지 지인들의 사적 술자리에 참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참사 발생 약 2시간 뒤인 자정쯤 이태원에서 인명 피해가 났다는 것을 보고받았지만 현장에 가지 않고 다음 날 오전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용산보건소장 C씨는 참사가 난 날 자정 이후에 현장에 도착했으면서, 당일 오후 11시 3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공문서 위조)를 받는다. 보건소장은 지역에서 사고나 재난이 생겼을 때 현장에서 응급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특수본은 1일 이태원 일대에 대한 당시 경찰 쪽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용산서 전 112상황실장(경정), 그리고 핼러윈 축제 안전 사고 우려를 담은 정보 보고서를 사고 이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성민 서울청 전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김진호 용산서 전 정보과장(경정)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총경과 송 경정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박 경무관과 김 경정에 대해서는 증거 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특수본은 또 참사 당시 오후 10시 15분 사람들이 한쪽으로 넘어지면서 대규모 인파가 서로 끼이고 뒤엉켜 피해가 커졌는데, 사람들이 엉킨 상태가 풀린 것은 오후 11시 22분쯤으로 특정했다. 피해자들이 길게는 약 1시간 7분간 사고 골목에서 끼여 있었다는 뜻이다. 특수본은 조기에 경찰·소방이 제대로 대처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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