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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곡 검열 의혹, 별도 입장 없다” 주무부처 문체부의 뒷짐[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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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가수 이랑씨의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공연 곡을 검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30일 “피해자의 신고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체부에 검열 의혹에 대해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 여부를 검토했는지를 묻자 문체부는 이같이 답했다. 문체부는 “행안부는 지난 22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기념식 행사에서 특정 곡을 검열한 사실이 없으며 총감독과 가수 교체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한 바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동명의 타이틀곡이 수록된 이랑의 3집 앨범 <늑대가 나타났다>는 지난 3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포크 음반’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유튜브 채널 ‘뮤즈스’, 이랑 ‘늑대가 나타났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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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은 국가기관 등이 예술을 검열해서는 안 되며 예술인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예술지원사업 결정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 및 권리 침해나 성희롱·성폭력 피해 구제 등을 위해 문체부 장관 소속으로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문체부 장관이 예술인의 권리 침해에 대해 직접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행안부 입장에 기대어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는 위원회 구성도 마치지 않았다. 12월에 위원을 공개 모집해 1월에 구성할 계획이다.

앞서 행안부가 지난달 16일 부산에서 열렸던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공연될 예정이었던 가수 이랑씨의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를 문제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저항하는 약자들이 늑대, 마녀로 치부되는 사회 현실을 다룬 노래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이랑씨에게 선곡을 변경해 달라는 행안부 요청을 전달했으나 이랑씨가 거부하면서 공연은 무산됐다.

[플랫]이랑이 나타났다

행안부는 검열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는 지난 22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제43주년 기념식이 미래 세대와 부마항쟁의 성과를 공유한다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선곡을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재단에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랑씨는 지난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명백한 검열”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마재단에서 8월18일 첫 메일이 와 이 노래(‘늑대가 나타났다’)를 불러달라고 메일이 왔다. 이 노래가 민주항쟁 기념식에 굉장히 부합하는 노래라고 감독님도 많이 설명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랑씨는 9월24일 부마재단에서 메일로 곡 변경 요청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상록수’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중 하나로 바꿔 불러달라고 했다”며 “재단 쪽에서 감독님에게 ‘행안부에서 이 곡을 변경하지 않으면 재단의 존폐가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랑씨는 곡에 대해 “일하고 노동하고 예의바른 시민들이 배고픔과 분노의 게이지가 차올라서 성을 향해 집결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라며 “(성 밖의) 시민들이 ‘배고프다’는 말을 성 안쪽의 사람들이 ‘늑대가 나타났다’ ‘폭도가 나타났다’고 치부해버리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VIP가 늑대라고 절대 오독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행안부의 특정 곡 배제 지시는 국가기관의 예술 검열을 금지하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문체부는 행안부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와 창작인들의 표현의 자유, 권리보호를 위해 제정된 배경을 고려한다면 문체부가 이렇게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며 “문체부는 신속하게 예술인 권리보장 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안부에 시정권고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탁지영 기자 g0g0@knan.kr

김윤나영 기자 nayoung@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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