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법’ 1년 지나면서 교묘해진 수법
법적 스토킹 5가지…스토킹 실형 선고 16%뿐
피해자 대신 지인 괴롭히고, 직장에 출근 확인
집요한 ‘부재중 전화’, 받지 않으면 ‘무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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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으면서 관련 범죄가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아닌 지인 등 주변인을 괴롭히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근히 공포심을 주고, 집요하게 전화를 걸거나 직장에 연락해 출근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 스토킹 피해자는 위협이나 공포심을 느끼게 되지만, 정작 법원은 스토킹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 스토킹 범위로 인정하는 경우를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경찰과 한국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 1년 간 경찰이 접수한 스토킹 신고 건수는 2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법 시행 전 3년간 경찰이 접수한 1만9000건 보다 1.5배 많은 수치다.
법 시행 후 스토킹과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도 확산했지만, 오히려 범행 수법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가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피해자 지인의 사업자번호를 검색해 알게 된 휴대전화 번호로 지속해서 연락해 지인을 괴롭힌 사례를 상담한 경우가 있다. 또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SNS에 피해자만 알 수 있는 내용의 무서운 글이나 사진을 올려 ‘간접 스토킹’을 한 사례도 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그의 직장에 전화해 출근했는지 계속 확인하는 방법도 교묘한 스토킹 수법 중 하나다.
직접 피해자를 지속해서 괴롭히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피해자의 지인 등 주변인을 괴롭히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근하게 공포심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스토킹 처벌법이 규정한 스토킹은 크게 5가지다. ▷접근하거나 따라 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직장·학교 등지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편지·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음향이나 말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주거지나 인근의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다.
스토킹 범죄가 진화하면서, 스토킹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에서 규정한 스토킹은 5가지 뿐이다보니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결은 6건 중 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예컨데, 법원은 집요하게 전화를 걸었더라도 상대방이 받지 않았다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스토킹 피해 상담사례 중에는 직접 스토킹하는 경우 만큼 교묘한 방식도 많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사건으로 접수해 주지 않고 처벌이 어렵다고만 한다”며 “최근 발의된 개정안에 ‘온라인 스토킹’이 추가됐지만, 여전히 스토킹에 대한 범위가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스토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판결문 95건을 대법원에서 받아 전수 분석한 결과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한 사건은 16건(16.8%)에 그쳤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과거에 사귄 사이였다는 사실을 감형 이유로 제시하거나 스토킹 기간이 짧은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보기도 했다.
이 의원은 “현재 법원 판결은 스토킹 행위의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반영해 가중처벌 조항을 제정하거나 스토킹의 다양한 양상에 따라 법정형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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