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내년 브렌트유 최고 125달러 전망
OECD국가 석유 재고량, 2004년 이후 첫 40억배럴 아래로
中 제로코로나 정책 해제시 '수요' 급증 가능성
경기침체에 수요 줄어…KB증권, 70~80달러 전망
국금센터 "유가 강세론자 입장에서 대비해야"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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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내년 물가의 큰 흐름을 좌우할 국제유가 전망이 제각각이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시장 영향력이 큰 글로벌 전망 기관에서 국제유가가 내년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에선 세계 경기침체를 고려하면 수요 감소에 유가가 현 수준인 70~80달러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출처: 뉴욕상업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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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강세론자 왜?…‘공급부족 속 中 경제 봉쇄 해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8일(현지시간) 배럴당 77달러 수준으로 이달 들어 10% 넘게 급락했다. 유가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경기침체 우려에 하반기부터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70~80달러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 연간으로 보면 WTI는 연평균 97달러 수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공급 부족으로 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도 역대 최장 기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내년엔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 4분기 유가 전망치를 브렌트유 기준으로 100달러로 10달러 하향 조정했지만 내년엔 평균 11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이 내년 2분기부터 봉쇄 조치를 풀 경우 유가는 최대 12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도 내년 브렌트유가 110달러까지 올라 현 수준(약 84달러) 대비 30% 넘게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JP모건은 전망치를 하향 수정, 90달러로 낮췄으나 현 수준보다 높은 편이다.
유가가 다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의 가장 큰 근거는 공급 부족이다. 유럽연합(EU)은 대러 제재 중 하나로 내달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내년 2월 5일부턴 러시아산 석유제품 수입도 금지할 방침이다. 에너지 싱크탱크 국제에너지포럼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러시아의 석유 공급이 일일 100만~300만배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U의 러시아 제재로 석유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등 산유국들도 추가 감산에 나설 공산이 커지고 있다. 산유국들은 10월 일일 200만배럴 감산 결정을 했음에도 유가는 중국 코로나 확산 등 경기 둔화에 반응하며 브렌트유 기준 8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산유국들은 수급 균형을 명목으로 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가 16명의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은 하루 25~200만배럴 추가 감산을 예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도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원유, 석탄, 가스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20년 기준 2000억달러를 하회해 2005년 수준에 불과했다.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2014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BP에 따르면 2030년 화석연료 수요가 30% 이상 감소해도 공급이 그 이상 감소해 유가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다.
원유 공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고도 적은 편이다. 국제에너지지구(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총 석유 재고량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40억배럴 밑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9월 전 세계 재고가 1420만배럴 감소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엔 초과 수요 국면에 진입, 일평균 30만배럴 이상의 재고가 감소할 전망”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달러의 추가 강세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평균 유가는 100~120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여행 수요 증가에 따른 항공유 증가, 가격이 비싸진 천연가스 대체재로 경유, 휘발유 수요 증가 등이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봉쇄 해제도 수요를 늘릴 전망이다.
반면 KB증권은 내년 WTI 기준으로 70~80달러를 전망했다. 경기침체가 유가 상단을 막고 공급 부족이 유가 하단을 막아 올해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IEA는 최근 11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내년 원유 수요 증가폭을 160만배럴로 올해(210만배럴)보다 줄였다. 중국의 경제 위축, 유럽 에너지 위기, 미 달러 강세로 인한 수요 둔화 등을 반영한 것이다.
국금센터 “내년 하반기 유가 세 자릿수 대비해야”
국제유가 전망들이 엇갈리긴 하지만 내년 유가가 위로 튈 가능성에 염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연구실 전문위원은 “앞으로 유가는 현재의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경기 기대가 바뀌는 시점에서 생각보다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 내년 하반기께 세 자릿 수 유가를 구경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 차질 우려, 석유 제품 부족, 통화정책 및 달러의 피봇(전환), 원유 재고 부족, 지정학적 불안 등이 모두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강세론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11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를 93달러로 올 99달러에서 소폭 하향 조정하는 데 그쳤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중국 코로나 확산에 수요 둔화 전망, 주요국 경기부진에 최근 유가가 하락하긴 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나 경기 전망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며 “내년 하반기 유가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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