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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시위 노출도 봉쇄…트위터 덮은 중 가짜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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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런던서도 ‘그를 멈춰라’ 영국 런던의 중국 대사관 인근 기둥에 2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대의 전단이 부착돼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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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관련
‘베이징’ 검색 땐 선정적 트윗
“95%가 가짜 계정에서 생성”

트위터, 직원 대폭 감축 영향
부적절 트윗 규제 관리 ‘구멍’

트위터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를 가리는 ‘봇’(가짜 계정) 계정이 범람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중국 내 주요 시위 장소를 검색하면 엉뚱한 포르노·스팸 게시물이 뜨는 식이다.

중국 당국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자동화 기술로 생성한 계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대량해고에 나선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디언 등 외신은 29일 중국어로 된 신규 트위터 계정들이 지난 27일쯤부터 대규모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계정들은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벌어진 중국의 도시 이름과 성매매, 음란물, 도박 광고를 덧붙여 단시간에 수천개씩 트윗을 송출했다.

예컨대 중국어로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 대규모 시위가 열린 곳들을 검색하면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선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이나, 무작위로 아무 말이나 늘어놓은 스팸 트윗이 주로 뜬다. 특히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된 화재 참사 장소인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주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를 검색하면 성매매를 암시하는 데이트 스팸 트윗이 쏟아지고 있다.

스탠퍼드 인터넷 관측소(SIO)의 알렉스 스타모스 소장은 베이징을 검색했을 때 뜨는 트윗의 95% 이상이 봇 계정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 70% 이상은 최근에야 활동을 개시한 신규 계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중국이 이러한 봇을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봇들은 최근 시위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코로나19 관련 정보들도 검색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감시하는 민간기구 ‘그레이트파이어’의 창립자인 찰리 스미스(가명)는 “시위가 일어난 도시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한 도시명을 검색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차단하는 것 외에도 중국인들의 눈을 가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중국 정부가 국내 매체를 엄격하게 검열하기 때문에 시위자들이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 서구 서비스에 접속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는 공식적으로 중국에서 차단돼 있으나, 중국의 실제 트위터 이용자 수는 300만~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부적절한 트윗을 규제·관리하지 못하는 트위터 측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트위터를 떠난 한 직원은 정부와 연결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들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WP에 전했다. 그러나 과거엔 정부의 조작과 간섭을 차단하기 위한 조직이 트위터 내에 있었고, 지금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이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며 직원 7500명 중 절반 이상을 해고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인원을 감축하며 인권 문제와 안보, 해외로부터의 공작 등을 담당하던 조직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한 줌만 남았다고 WP는 전했다. 이 전직 직원은 “자동화된 장치와 별개로 우리 팀은 수작업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번 봇 문제는 (트위터에) 큰 구멍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위터에서 중국의 작업을 담당하고 분석하던 이들은 모두 퇴사했다”고 말했다.

트위터가 정치적 오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해고된 트위터 보안책임자는 외국 정보기관이 트위터에 침투하거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가한 ‘여러 사례’를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주 유엔이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기술’은 트위터의 직원 감축이 “트위터를 테러리스트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서영·김혜리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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