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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강경투쟁 불사"
파업 노동자 복귀 거부 가능성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 이어질땐
노정갈등의 골만 깊어져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배경환 기자] 정부가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2004년 업무개시명령 개념이 도입된 이래 첫 사례다. 명령이 발동되면 파업의 단초가 된 ‘안전운임제’ 관련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공권력을 행사해 파업을 강제 종료시키게 된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이번 조치에 ‘위헌’이라며 강경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명령이 강행 발동되더라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양측 간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사상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레미콘 운송부터 적용=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화물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안’을 심의,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의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한다"면서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게 된 이유는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6월 1차 파업 이후 화물연대와 합의를 도출했다고 했지만 이후 쟁점인 안전운임제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만 연장하되 적용 품목 확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영구화,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날 ‘임기’까지 거론하며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강행한 것은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들의 부담을 막고자 하는 만큼 국민들께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의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과 운송면허 취소라는 강경책으로 대응하다 결국 대폭 양보했다. 하지만 정부의 양보는 대우조선해양 파업으로 이어졌고 화물연대는 재파업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우선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레미콘 운송 차량) 분야부터 적용된다.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가 건설 현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됨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현장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자나 종사자에게 개인·개별 법인에 대해 명령을 구두나 서면 등의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 절차를 통해서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무회의 의결이 완료된 현 시점부터 운송거부자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로 주유소 휘발유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29일 서울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안내 문구가 세워져 있다. 4대 정유사(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이어서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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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위헌소지 있다"…불응 가능성 커=업무개시 명령이 떨어지면 운수종사자는 명령을 전달받은 다음 날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미리 확보한 화물 차주, 연락처, 주소 등을 통해 개별 화물노동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전할 예정이다. 이를 어기면 30일간의 면허정지(1차 처분) 또는 면허취소(2차 처분) 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강행해도 화물연대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노정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화가 아닌 공권력을 행사해 파업 문제를 봉합할 경우 반쪽짜리 해결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안전운임제 문제를 이참에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면 화물연대 파업은 언제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응주 화물연대 교육선전국장은 "헌법상 강제노동금지 원칙(적법절차 원칙) 위반, 업무 개시명령이 운수종사자인 화물노동자의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 요건인 국가경제의 심각한 위기 초래 우려라는 추상적 법익 간의 불균형(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을 근거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다른 모든 국민과 마찬가지로 화물운수종사자는 직업의 자유를 누리며, 여기에는 직업을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않을 자유 및 영업의 자유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요건인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라는 문구에서 심각한 위기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와 국가 경제라는 공익이 충돌할 경우 무엇이 더 우선이냐에 대한 법원 해석에 따라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무개시명령은 본인에게 직접 전달돼야 효력이 발생해 운송기사들이 명령서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부재’로 송달이 계속해서 거부되면 관보 공고 등으로 송달을 할 수도 있지만, 최대 14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바꿔 말하면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노정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파업만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파업때처럼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심목 소속 김예림 변호사는 "본질적인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면 문제가 되지만 공공의 이익이 이를 앞서면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며 "다만 명령이 발동되면 화물연대에서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차 파업 때와 마찬가지로 극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낮다. 30일 2차 교섭이 열리지만 전날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한 정부와 화물연대 간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응주 교선국장은 "1차 교섭 결렬 이후 30일로 다시 날짜를 잡아놓고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교섭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다만 2차 교섭에는 예정대로 참석한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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