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에 운행을 멈춘 화물트럭이 컨테이너 사이에 주차돼 있다. 김창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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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 5일째인 28일 시멘트·레미콘, 정유,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해운 등의 업종은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아니지만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해 물류대란으로 번질 경우, 직접 연관된 업종이 아니더라도 산업계 전반에서 피해가 불가피할 걸로 예측된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시멘트·레미콘업계와 건설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시멘트의 특성 때문이다. 레미콘 적재능력은 통상적으로 2일 내외다. 수도권 레미콘 공장들은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 현장은 이미 사흘째 타설공정이 중단된 상태다. 레미콘 타설이 어려워진 주요 건설현장은 대체공정으로 작업을 전환하고 있다.
레미콘은 이르면 29일부터 전국적으로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의 레미콘 공장은 오늘부터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도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이번에는 재고를 더 쌓아뒀지만 이번 주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중소 레미콘 업체들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국민의힘·국토교통부)과 간담회를 하며 발표한 성명서에서 “시멘트 공급이 차단되어 80%의 소기업·소상공인이 포함되어 있는 945개 중소레미콘 공장들은 생산 중단 처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출하는 화물연대 총파업과 함께 닷새째 차질을 빚고 있다. 포스코는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으로 하루 2만7000t(포항제철소 1만t·광양제철소 1만7000t)의 철강제품이 출하 차질을 겪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포항제철소 출하 지연의 원인으로는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에 따른 수해 영향도 겹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파업 4일째인 전날 철강 하루 출하량은 주말 평균 출하량(4만5000만t)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2만2000t(47.8%)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리 예견돼 있어서 고객사가 당장 사용해야 하는 제품은 미리 출하를 해 현재까진 큰 문제가 없는 상태”라면서도 “다만 포항제철소는 (수해 피해)복구 자재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게 절실해서 화물연대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미리 물량을 받아 놓은 상태라 피해가 아직까진 가시화하진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을 예상해서 일주일 전부터 화물을 미리 받아서 그 물량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육송으로 항구까지 화물이 와야 실을 수가 있는데, 앞으로 어느 정도 화물들이 못 올 지는 아직 추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사태가 길어질 경우 화물을 다 싣지 못한 채 배가 나갈 경우 손실이 난다.
주유소들은 파업을 대비해 물량을 평소보다 더 확보했지만 회전율이 높은 지역은 이미 재고 소진을 호소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유소별로 평균적으로 1~2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 다만 고속도로 휴게소나 수도권 지역 휴게소는 회전율이 높아 물량이 1주 내 소진 될 수 있다고 봤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배송에 일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수도권에서 ‘재고가 20% 밖에 남지 않았다’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같은 신고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국내 4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운송차량의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파악되며,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휘발유, 경유 등의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동차업종은 생산과 탁송 차질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다만 기존에 카캐리어로 신차를 탁송하던 방식을 로드 탁송(공장에서 차를 운전해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드 탁송은 임시로 인원을 투입해서 보내는 거라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직원들과 현대글로비스에서 일시적으로 고용한 인력을 활용해 로드 탁송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가전 업계는 미리 대비해 아직까진 피해가 나타나진 않았다. 삼성전자 가전제품 공장 일부 사업장은 7일 분량의 야적공간을 미리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이 당분간 출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쌓아둘 곳을 임시로 마련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보관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반도체 쪽은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코로나19 유행 후 원자재 공급망 불안 등을 겪으면서 원자재 보유량을 늘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제품 출하에 큰 트럭이 필요하진 않지만, 원재료 수급에 (파업이)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예전에는 원재료를 1개월치 보유했다면, 요즘은 2~3배 더 많이 들여오기에 파업으로 별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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