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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언제쯤 받을까"… 미국의 우크라 무기 지원에 고민 커지는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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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판매한 무기 납품지연 심화
미납 규모, 140→187억 달러 늘어
한국일보

지난 8월 대만 화롄 공군기지에서 한 군인이 '대만판 사드'인 텐궁3 앞을 지나고 있다. 화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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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거 지원하면서 대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기로 한 무기를 제때 인도받지 못하는 문제가 연일 심화하는 탓이다. 최근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력 통일’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올리는 상황에서, 공급망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악재가 잇따라 겹치면서 대만의 자체 방어 능력을 증강하려는 미국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의회 관계자 등을 인용,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미납 규모가 187억 달러(약 25조200억 원)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140억 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대만에 아직 공급이 안 된 무기 가운데는 2015년 12월 주문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208대, 지대공 미사일 스팅어 215대 등도 포함돼 있다. 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곡사포 등도 아직 납품이 안 된 상태다. 이들 무기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것과 같은 종류다. 이밖에 대함미사일 하푼은 2026년 이후, F-16 전투기 66대는 2025년 전후로 납품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은 대만관계법 등에 따라 대만이 중국에 맞서 자체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무기를 판매해오고 있다. 납품이 지연된 무기는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 차원에서 대만에 판매가 승인된 것이다. 고슴도치 전략은 대만 자체 무장을 강화해 중국의 무력 침공 결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의미다.

미국은 중국이 이르면 2027년 대만 무력 침공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 대만에 대한 무기 납품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미국 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는 대만에 대한 무기 납품 지연을 초래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임시 팀을 각각 구성했으나 실제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WSJ은 보도했다.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콜 의원은 “일부 경우에는 3년 이상 대만에 납품이 안 된 무기 판매도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보듯이 침공 이후보다 침공 전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대만에 판매한 무기 납품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하는 동시에 대만에 필요한 능력을 공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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