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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계속되는 'N번방'...기본권 침해 논란에도 온라인 수색 힘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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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09년 '온라인 수색' 도입
테러 방지·아동 성착취물 수사에 활용
N번방 이후 잇단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 도입" 목소리
한국일보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 '엘'로 지목된 용의자가 23일 호주 경찰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공조로 호주에서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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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에 숨은 익명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범을 잡기 위한 신속한 증거 수집이냐, 국가기관의 '해킹'에 따른 기본권 침해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처럼 온라인 공간을 통한 성착취 범죄가 계속 발생하면서, '온라인 수색' 제도에 대한 논의가 다시 물살을 타고 있다. 온라인 수색이란 국가기관이 해킹을 통해 범죄 피의자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침입해 범죄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 수집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상자가 모르게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어서, 국가가 개인의 생활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온라인 수색 제도가 운영되는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2009년 연방수사청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고, 이후 2016년 헌법재판소가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는 등 기본권 침해 논란이 뜨거웠다. 그렇지만 201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여전히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독일의 형사소송법은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다른 수사 방법으로는 현저한 어려움이 있을 때 온라인 수색이 가능하게 했다.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이 논의됐으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배포 및 취득, 인신매매, 마약 및 무기에 관한 범죄 일부 등 적용되는 범위도 넓다.

온라인 수색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 증거를 압수수색하는데 현행 형사소송법 규정은 미비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수사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압수수색을 위해선 피압수자가 특정돼야 하고 압수의 장소는 대한민국 영토를 넘어설 수 없는데, 이런 점이 디지털 성범죄 수사의 한계"라며 온라인 수색 제도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의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고, 홈페이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규정으로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조주빈이 2020년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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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들도 디지털 성범죄의 특수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가 2021년 12월 발간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예방과 인권적 구제 방안 실태조사'에는 온라인 수색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처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올해 3월 '온라인 수색활동의 적법성 검토와 도입 방안'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이원상 교수는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①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한정하고 ②수사기관 내부 통제와 법원 허가 등 사전 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③국회 등에 대한 보고 의무, 피수색자에 대한 사후통지 및 수행자의 비밀유지의무 등 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해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기본권 침해 논란을 넘어 합의를 이루더라도, 기술적인 장벽이 또 다른 문제로 남아있다. 범죄자가 모르게 기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법, 백신 프로그램을 우회하는 문제, 암호화된 정보를 풀어내는 문제 등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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