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참전병 어머니 위로’ 연출한 푸틴... “전쟁 뉴스 믿지마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러시아 ‘어머니의 날(27일)’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장병의 어머니들을 만났다. 이들을 위로하고 치하한다는 취지였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사상자 증가와 동원령 발령 등으로 민심이 크게 악화하자 이를 누그러뜨리려는 ‘고육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어머니의 날’을 이틀 앞둔 25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장병들의 어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서부 외곽에 있는 관저 ‘노보-오가료보’에 참전 장병 어머니 17명을 초대했다. 전사자의 어머니도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에게 “군인들의 죽음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특히 어머니가 겪는 고통은 더 크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고통을 우리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부분 동원령을 발령해 예비군 30만명을 징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병만 투입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최근엔 “예비군을 제대로 된 훈련이나 보급품 지급도 없이 전선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곧 추가 동원령이 발령될 것”이란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로 인해 남편과 자녀를 군에 보낸 러시아 여성들의 불만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장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전사한 러시아 장병은 8만여 명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으로 접하는 전쟁 관련 뉴스를 믿지 말라”고도 말했다. 러시아 정부의 언론 통제로 전쟁에 대한 부정적 정보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인터넷에는 아무것도 믿을 게 없다”며 “모든 종류의 가짜와 속임수, 거짓말이 거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러시아 국영TV를 통해 녹화로 방송됐다. 러시아 반전단체인 ‘아내와 어머니 위원회’ 측은 “행사에 참석한 어머니들은 사전에 합의된 ‘올바른 질문’만 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 행사가 연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러시아 예비군의 열악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예비군 가족들이 항의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전투가 치열한 동부 전선에서 예비군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으나 의료 지원 부족으로 일부 부상자는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