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르포] 명분 실리 다 잃은 '시진핑 표' 동태청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제 2조는 일체의 권력은 인민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자가 속해있는 베이징 한 아파트 주민 위챗 단톡방 구성원은 26일 아침 이런 글을 올리면서 지금 출입문에서 단지 무단 봉쇄를 저지하기 위한 권리 쟁취 운동(시위)이 벌어지고 있으니 모두 나가서 동참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단톡방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권력자가 무슨 근거로 멀쩡한 공민의 아파트 주거 단지를 함부로 봉쇄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중국 법률로 보장된 공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자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이날 오전 9시가 넘은 시간 단지 출입문 밖에는 주민들이 벌써 100여명이나 몰려들어 폐쇄한 출입문을 밀치는 등 경비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며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점점 세를 불리더니 폐쇄한 아파트 문을 마치 파손할 것처럼 완력으로 열어제친 뒤 도로로 뛰쳐나갔다.

주민들은 정식 행정기관이 아닌 임의 기구인 주민위원회 명의 직인이 찍힌 봉쇄 통지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정식 행정기관인 구청 책임자나 기층 행정단위로 우리의 동사무소와 같은 가도(街道) 공무원이라도 직접 나와서 공민 주거지를 폐쇄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오전 10시 전후 군중들은 도로로 뛰쳐나갔고 결국 공안 경찰까지 출동을 했다. 시위대는 경찰 앞에서 공권력이 있으면 공민권도 있다고 구호를 높였다. 군중들이 폭력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인지 경찰도 시위를 적극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은 주민들의 요구가 틀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결국 중국 주민 시위대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했다. 주민위는 상부 기관(가도와 구청) 방역 지침에 따라 3일간 실시한다고 통지했던 아파트 봉쇄를 발표 반나절 만에 철회했다. 시민들은 단결이 힘이라며 이후엔 또다시 뭉쳐서 강제 격리 거부권 운동에 나서자고 결의했다.

뉴스핌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11.27 chk@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입이 평소 20% 이하로 떨어졌다. 식당과 서비스업소 사무 빌딩이 폐쇄되면서 아내도 또다시 실업자가 됐다. 도대체 인민들 보고 어떻게 살아가라는 건지 모르겠다".

아파트 단지 시위 현장 기사를 송고하고 나서 오후 1시 반쯤 베이징 시내로 향하는 공유 택시 안.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통제를 화제로 꺼내자 택시 기사도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목적지 인근에 다가왔을 때 대로가에 두터운 방한복을 차려 입은 주민들의 대기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차를 멈추고 내려서 보니 얼핏 예싱했던 대로 핵산 검사장소였다. 대로 안 골목 골목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대기 줄은 족히 400미터가 넘어보였다.

중국이 아니고서는 구경하기 힘든 진풍경이다. 장년층 한 남성은 노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줄선 사람들을 쫒아다니며 양식표 배급을 받은 것도 아니고 지금 뭐하는 거냐고 삿대질 하며 빨리 집에 가서 낮잠이나 자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곧이어 이날 약속장소인 시내 호숫가 허우하이(后海)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는 아침에 목격한 시위 상황을 얘기했더니 한마디로 공산당이 코로나 대응에 있어 패착을 범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도 고강도 코로나 방역 동태청령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이 과학 방역이라고 주장하는 동태청령에 대해 대다수 인민들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코웃음 친다. 중국 공산당은 제로코로나 동태청령 방역 때문에 만회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었다. 국제사회의 불신도 그렇지만 코로나 국면에서 멀어진 민심은 공산당 체제 안정에 두고 두고 화근이 될 것 같다.

뉴스핌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11.27 chk@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