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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혈연관계일 뿐"...대만 정치판 뒤흔든 장제스 증손자 [후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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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 시장으로 확정된 국민당 장완안(가운데) 당선인이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만중앙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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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만 지방선거가 국민당의 승리로 끝났다. 6개 직할시 중 4곳, 21개 지방 도시 중 13곳에서 국민당이 이겼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곳은 수도 타이베이(臺北) 시장 선거였다. 당선인은 장제스(蔣介石·1887~1975) 전 총통의 증손자, 국민당 장완안(蔣萬安·44) 후보다.

대선 이후 2년 뒤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현 총통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국민당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타이베이 시장을 탈환했다. 2024년 치러질 대만 대선에서 국민당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타이베이 시장을 내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이날 밤 선거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고 민진당 총재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대만 정치 지형이 요동치는 가운데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 당선인이 있다.



“후광도 부담도 아니다. 단지 혈연관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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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완안 당선인은 장제스 대만 총통의 증손자다. 좌측 상단부터 장제스-장징궈-장샤오옌-장완안 사진 바이두 캡처


장 당선인은 대만 초대 총통 장제스의 증손이다. 기구한 가족사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장제스는 1945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뒤 1949년 12월 대만으로 옮겨와 26년간 총통을 지냈다.

그의 장남 장징궈(蔣經國·1910~1988)도 아버지 사후 1978~1988년까지 10년간 대만 총통을 지냈다. 정권을 세습했지만 1987년 38년 만에 계엄령을 해제했고, 서구식 대만 경제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비서와의 사이에 쌍둥이 사생아를 낳았다. 그 중 첫째가 장완안의 아버지 장샤오옌(蔣孝嚴·1941~)이었다. 장샤오옌은 대만 외교부장관까지 올랐지만 아버지 생전에 아들로 인정받지 못했다. 1988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리덩후이(李登輝ㆍ이등휘) 부총통에 의해 아들임을 확인받았고 2005년에야 비로소 모친의 성에서 장씨 성으로 바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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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시장 후보 토론에 참석한 장완안 후보. 사진 장완안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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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완안 당선인은 그런 아버지 밑에서 1978년 태어났다. 타이베이에서 나고 자란 그는 10살 때까지 장제스 가문의 후손이란 걸 모르고 자랐다. 대만 빈과일보에 따르면 그는 “할아버지란 말보다 장징궈 총통이라고 부르는 게 내겐 더 익숙했다”고 한다.

2005년 아버지와 함께 장씨 성으로 바꿨지만 장씨 가문과의 교류는 드물었다. 장제스의 증손이었지만 그는 2015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은 나에게 부담도 후광도 아니다. 단지 혈연관계일 뿐이며 그 외에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했다.



정치에 뛰어든 건 “법을 바꿔야 사회가 변한다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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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입법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는 장완안 의원. 사진 tpewanan.co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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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완안은 대만 국립정치대를 졸업한 뒤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니아대에서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로펌을 설립하고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법률 지원을 했다.

타이베이로 돌아온 건 37살 때인 2015년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국민당 소속으로 타이베이시 입법의원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만 매체 ‘뉴스 렌즈’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에서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과 정부 회의에 참여했는데 법률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산업계와 대만인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6년 타이베이시 제3선거구 입법의원 선거에서 그는 46.8%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민진당의 강세 속 타이베이시에서 당선된 유일한 국민당 입법의원이었다.

이어 4년 뒤인 2020년 51.4%의 득표율로 재선 의원이 됐고, 타이베이 시장 국민당 후보로 출마해 보건부장관 출신의 민진당 천스중 (陳時中)후보를 꺾고 42.3%의 지지로 타이베이 시장에 올랐다.



“대만 존엄 끝까지 수호할 것”...차기 총통 선거 후보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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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시내에서 유세 중인 장완안 후보. 사진 tpewanan.co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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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타이베이는 사람들이 떠나는 도시로 변했다.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40~50년 된 낡은 건물들을 재개발하는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노후 건물 안전 조치를 서두르겠다”고 공약했다.

또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정부 관료와 시민 사회의 기술 전문가들이 집단으로 결정한 결과였다”며 “신생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포스트 팬데믹 시대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유치해 도시 부흥을 이끌겠다”고도 했다.

그는 친중노선으로 각인된 국민당보다 중도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판하며 “대만 정부는 필요시 홍콩 시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후보 토론회에선 양안관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만의 존엄을 끝까지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일국양제’ 방안에 대해서도 “대만인들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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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민진당 총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대만중앙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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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통일을 앞세우며 군사 훈련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차이잉원 총통이 ‘양안은 하나’라는 ‘92년 합의’까지 부정하는 데 반해 장 당선인은 국민당과 동일하게 ‘92년 합의’는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민진당에 비해 반중 강도는 덜하다는 평가다.

대만에선 국민당이 정권을 잡으면 중국과 관계 악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미국과의 협력 강화로 중국의 위협을 막겠다는 민진당에 대한 지지가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장 당선인에 대해 “시장으로 성공할 경우 2024년 차기 총통 선거에 국민당 후보로 지명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 긴장 완화를 원하는 국민당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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