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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428억’으로 이재명 겨누는 검…‘50억’은 뭉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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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김용 구속에 유동규·남욱 말 바꾸기

전 검찰 고위급 연루 ‘50억 클럽’은 ‘제자리’

[주간경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지난 11월 22일 검찰관계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마침내 이재명 대표를 수사 가시권에 뒀다. 지난해 9월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를 겨냥한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2개월 만이다. 변호사·회계사·기자 등이 모인 ‘대장동 일당’은 민관합작 법인의 지분 7%만 가지고도 개발수익 4040억원을 챙겼다.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이런 사업이 가능했겠느냐는 의혹이 일었다. 10여년간 위법의 경계에 있었음에도 법망을 피한 대장동 일당의 배후에 고위 법조인들의 조력이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때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선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대장동 일당의 공모에 의한 범죄로 잠정 결론냈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검찰 수사팀이 재편되면서, 보다 직접적으로는 유 전 본부장이 입장을 바꾸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수사에 새 물꼬를 튼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이라는 ‘지방자치권력 유착범죄’의 정점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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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일당을 개발사업자로 선정해주고 수백억원대 뇌물을 받기로 약정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11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11월 19일 “증거인멸 및 도망우려가 있다”며 정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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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명 수사 공식화


검찰은 지난 10월부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신병을 잇달아 확보하면서 이 대표로 향하는 수사의 교두보를 놨다. 두 사람은 ‘자타공인’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역시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본부장이 체포되자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며 유 전 본부장의 측근설을 부인했다. 그때 스스로가 그었던 ‘진짜 측근’의 선은 이 대표 수사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으로도 기능했다. 그 선 안까지 검찰이 들어온 셈이다.

두 사람이 받는 혐의는 심상찮다. 김용 전 부원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 11월 8일 구속기소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에서 시작된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로 뻗어갈 여지가 생겼다.

이 대표 입장에서 당장 위협이 되는 건 정 전 실장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대장동 일당을 개발사업자로 선정해주고 김용 전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처사후 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로 11월 19일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현재 구속된 정진상 피의자와 관련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정도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에 불과하지만, 정 전 실장의 구속에는 두가지 함의가 있다. 하나는 그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보고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문건들의 결재선상에 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성남시청 산하 기관 간부였던 유동규 전 본부장뿐 아니라 시청 내부 핵심 인물이 대장동 일당의 사업에 관여했다는 얘기로, 성남시청의 배임 혐의에 무게를 더할 수 있다.

정 전 실장에게 약속된 뇌물의 액수 428억원(당초 700억원이 약정됐으나 사업에 사용된 공통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도 주목해야 한다. 검찰이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직후부터 수사의 핵심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찾기였다. 이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700억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그분’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분’의 정체를 두고 이재명 대표부터 현직 대법관까지 설이 분분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팀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사실상의 ‘그분’으로 잠정 결론냈다. 지난 7월 새로 꾸려진 검찰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 외에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도 ‘그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성남시 핵심 관계자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뒷돈을 챙기기로 약속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배임이 아니다’라는 이 대표 측의 주장은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 측은 의혹 제기 초반부터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과정이 공익 환수를 위한 합리적 정책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팀은 사익 추구 정황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남시청 고위 관계자들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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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현지 보좌관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문자에는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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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진술, 신빙성은?

1년 넘게 끌며 사실상 정체된 듯 보였던 검찰수사에 급반전을 가져온 것은 관련자들의 180도 달라진 진술이다. 지난 10월 구속기한 만료로 1년여 만에 출소한 유동규 전 본부장이 김용 전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폭로하며 신호탄을 쐈다. 자신이 남욱 변호사의 돈을 김 전 부원장에게 직접 건넸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며 이 대표 측에 날을 세웠다.

지난 11월 21일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난 남욱 변호사도 폭로전에 가세했다. 남 변호사는 석방 당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 출석해 “김씨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지분 중) 24.5%가 확정적으로 이 시장 측 지분이라고 들었다. 정진상·김용은 정확하게 이름을 거론했다”고 했다. 또 “2014년 12월 초경에 김만배씨가 제가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재명 시장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 주지 않겠다고 한다. 빠져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이 시장 측 지분이 존재하고, 더 나아가 이 시장이 사업자 선정에도 관여했다는 취지다.

관건은 이들 진술의 신빙성이다. 뒤늦은 양심 고백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범으로 몰린 이들의 ‘죄책 분식’으로 볼 소지도 있다. 특히 남 변호사의 경우는 법정 진술 상당수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김만배씨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옮기는 ‘전언’ 형식을 띠고 있다. 이미 김씨는 대장동 일당과 대화할 때 녹음을 우려해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을 섞어 얘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바뀐 입장대로라면 ‘대장동 그분’에서 ‘심부름꾼’으로 자신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만배씨, 정 회계사,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 등 주요 피의자 4명 중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의 진술만 크게 바뀐 점도 주목할 만하다. 천화동인 1호의 지분에 대해 김씨는 자기 지분이라는 입장을, 정 회계사는 “이 시장 측 몫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관계와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2021년 2월 정영학 회계사가 김씨와 만나 나눈 대화 녹취록을 보면, 김씨가 “천화동인 1호가 유동규 거라는 소문이 회사 내에 났다. 욱이가 떠들고 다닌다매. 그래서 유동규가 욱이한테 물어봤대. (욱이가) ‘만배형이 아무래도 독식하면 혼자 먹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는 대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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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에서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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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추가 처벌을 감수한 진술인 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용 전 부원장과 함께 추가 기소됐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관련자들의 바뀐 진술에 부합하는 물적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수수사 특성상 공여자의 진술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절대 진술만 가지고 갈 수는 없다. 관련자들의 동선과 제반 상황 등을 따지는 검찰 차원의 진술 신빙성 검토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공식화한 검찰은 측근 그룹과의 공모 의혹을 확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는 공범 중 일부가 범행을 모의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당사자들 간에 암묵적으로 범죄 실행의 뜻을 나눴다면 공범으로 본다. 공범이 범행 의도가 없었다고 부인할 경우에는 “치밀한 관찰력과 분석력”으로 간접사실 증명을 통해 공모 관계를 입증하도록 한다. 검찰은 이미 밑작업을 시작했다. 검찰이 작성한 정 전 실장의 구속영장은 피의자 생애를 상세히 기술하는 공안사범의 공소장을 방불케 한다. 통상의 구속영장이 검찰의 수사 정보를 피의자에게 최대한 노출하지 않기 위해 간결하게 작성되는 점에 비춰 이례적이다. 영장에는 정 전 실장의 1990년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활동 내역, 이재명 대표와 친분을 쌓은 경위 등이 담겼다. 검찰은 영장에서 “피의자(정 전 실장)는 이재명과 ‘정치적 공동체’가 돼 그가 추진하는 일을 실무선에서 사전에 검토하고 추진했다”고 썼다. 두 사람 사이에 오랜기간 암묵적인 공모가 이뤄져왔음을 입증하기 위해 간접사실 관계를 쌓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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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50억 약속 그룹’의 명단.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검찰 출신 인사들과 권순일 전 대법관이 포함됐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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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로비 의혹은 제자리

수사의 또 다른 갈래는 로비 의혹이다. 남 변호사·정 회계사 등은 2009년부터 시행사 ‘씨세븐’이 추진하던 대장동 민간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지역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도 이뤄졌는데, 몇 번이나 꼬리가 잡혔지만 사법처리는 피해갔다. 수사 초반부터 대장동 일당이 법조계 고위 관계자 등에 50억원씩 건네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의혹이 나왔지만 수사는 사실상 답보 상태다.

남 변호사의 출소 직후 폭로에는 법조계 로비 의혹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그는 재판에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것과 관련해 “김만배 피고인으로부터 (김수남) 수원지검장께 최윤길 사건을 잘 봐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사 중 한명으로 2012년 7월부터 2013년 말까지 수원지검장으로 근무했다. 김 전 총장은 대장동 일당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수사 무마 관련 진술 역시 김씨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단순 ‘전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0년 취임한 후 대장동 공영개발을 공식화하자,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개발업자들은 최 전 의장에게 각종 로비를 했다. 2011년 무렵부터 경찰 단계에서 최 전 의장의 로비 의혹 수사가 이뤄졌다. 당시 경찰 조사를 받은 씨세븐 관계자 B씨는 “최 전 의장이 2011년 설을 앞두고 선물을 요구해 시행사 직원들이 수내동 아파트 뒤편 주차장으로 찾아가 에쿠스 승용차에 선물 세트 수십개를 실었다. 상품권도 돈으로 바꿔 건넸다. 법인카드로 롯데백화점 수내점에서 구입한 내역도 있었다. 경찰서에서 다 진술했다. 그런데도 경찰이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못 찾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결국 검찰은 2012년 12월 최 전 의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2015년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를 들여다보면서 최 전 의장의 로비 의혹이 다시 거론됐다. 그때도 “최 전 의장이 한 빙상장 옆을 접선 장소로 지정해 시행사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나왔지만 최 전 의장은 사법처리를 피했다.

남 변호사가 직접 경험한 내용도 있다. 남 변호사는 2013년 7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예금보험공사의 고발 건으로 수사를 받은 직후 정 회계사와 통화하며 “(검찰이) 아예 터놓고 덮어주더라”고 했다. 당시 통화 녹취록에서 남 변호사는 “(성남지청 계장이) ‘검사장이 직접 계장한테 전화하는 예가 없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아니, 차장(검사)님도 전화하셨더라고요’ 이러더라고. 얼마나 (김만배씨가) 가서 달달 볶았으면 전화했겠어요”라며 “(계장이) ‘왜 고발을 당한 거냐’ 그래서 얘기를 쭉 해줬어요. (계장이) ‘그러면 내가 (예보 고발인) 불러서 조져줄게. 내가 복수 한 번 해줄게’ 그러더라고”라고 했다. 수사 무마를 넘어 검찰권의 사적 남용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지난해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제출받아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하고도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들을 상대로 한 수사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출소 후 재판에서 대장동 개발 초기자금의 대출을 알선하고 뒷돈을 챙긴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조우형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관련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는데 김만배씨가 알고 있는 수사팀 쪽에 선처를 바라는 부탁을 직접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대검 중수부는 2011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있는 조씨를 두차례 조사하고도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고, 조씨의 변호인은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다. 이 의혹 역시 수사 초기 불거졌으나 진척이 없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조씨는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 후 킨앤파트너스에서 초기자금을 빌려온 대가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7%의 지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회사 직원이 아니면서 대출을 알선하고 대가를 받으면 특경가법상 알선수재죄로 처벌된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도 조씨를 사법처리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균형 감각에 대한 의구심은 누적된다. 인적 구성부터 그렇다. 당장 대장동 수사 지휘선상에 있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고형곤 중앙지검 4차장,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근무연이 깊다. 지난 정부에서 ‘권력 수사’를 하다 좌천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사건 목록 역시 가리키는 바가 분명하다. 반부패 1~3부는 대장동 사건과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뇌물 수수 사건을, 공공수사부는 서해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이다. 수사 대상은 모두 전 정부와 민주당 인사들이다. 역대 정부 검찰이 정치인을 수사할 때 외견상으로나마 균형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이례적이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중앙지검 특수1부는 당시 여당 의원들을 겨냥한 철도 비리 수사를, 특수2부는 야당 의원들을 겨냥한 입법 로비 의혹 수사를 동시에 전개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서울중앙지검이 대대적인 국정농단 수사를 벌이던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중앙지검은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인 전병헌 전 수석을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대장동 관련 두 의혹의 교차점에는 11월 24일 구속기한 만료로 출소한 김만배씨가 있다. 지분 관계에 대한 남 변호사 진술의 출발점은 김씨의 입이었다. 대장동 사업에서 법조계, 정·관계 로비를 전담한 것도 김씨였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여자의 진술이 필수적인 특수수사는 피의자와 함께 가야 하는 측면이 있다. 검찰이 김씨를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이미 기소한 만큼 김씨가 로비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김씨의 침묵은 검찰이 검찰 출신 고위 전관들의 로비 의혹을 수사하지 않을 알리바이로 기능할 가능성도 있다. 김씨는 출소 전날인 지난 11월 23일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하지 않겠다”며 “어디서도 따로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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