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만 해적들, 하루 만에 한국인 선장 등 석방…지난 1월에도 기름만 탈취
'고위험' 해역 경비원 승선 의무화, 해적 활동무대 이동 '풍선효과'
선박 납치 (PG) |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서아프리카 기니만 인근 해상에서 해적에 납치된 한국인 2명 탑승 유류운반선이 이례적으로 약 하루 만에 풀려나는 대신 싣고 있던 기름을 탈취당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현지시간) 외교부에 따르면 마셜제도 국적의 4천t급 유류운반선 B-오션호가 전날 코트디부아르 남방 200해리(약 370㎞)에서 연락이 두절된 채 해적에 의해 끌려갔다가 기름 등을 빼앗긴 후 이날 무사히 풀려났다.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 인도네시아 선원 17명은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항으로 27일께 사고 선박과 함께 복귀할 예정이다.
보통 인질 납치 해결 협상만 적어도 한두 달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피랍자들이 불과 하루 남짓 만에 해적들의 손에서 놓여난 것은 드물다.
사고 발생 해역은 지난 1월에도 한국인 선원 탑승 급유선의 기름 탈취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이 때문에 현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보통 나이지리아 출신들로 알려진 기니만 해적의 타깃이 인질에서 유류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한 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해적들이 인질 석방금보다 더 돈이 많이 남는 유류 탈취로 방향을 바꾼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인질 납치는 장기간 협상에다가 당국의 구출 작전과 강력한 처벌 위험도 있고 인질을 먹여주고 지켜야 하는 부대비용도 상당한 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에 비해 유류 탈취는 빼앗은 기름을 팔아 당장 이득을 볼 수 있고 리스크도 인질 납치보다 상대적으로 덜해 경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적들에게 탈취당한 기름은 주로 선박용으로 많이 쓰이는 벙커C유이다.
다른 소식통도 "아직 추정단계이기는 하지만 기름값이 너무 올라서 다른 배나 육지로 기름을 빼앗아 옮기는 불법 오일 벙커링에 편승한 해적행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람들이 안 다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올해 2월 18일 국회에서 해적피해예방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가나 앞바다 등 '고위험 해역'에서 특수경비원 승선 등 안전조치 없이 조업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게 된 것도 간접적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현재 가나 해군 4명이 한국 선원들을 태운 참치잡이 어선에 단단히 무장한 채 동승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가나 해역에서는 지난해 5월 두 건의 참치잡이 어선 한국인 피랍사건이 발생한 것과 달리 올해는 제로(0)이다.
즉 방비가 잘 된 고위험 바다에서 나이지리아 해적들이 준동하는 대신 더 멀리 떨어진 코트디부아르 앞바다까지 진출한 일종의 '풍선효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나이지리아 해적의 근거지인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 배로 적어도 2, 3일 정도 항해해야 하는 코트디부아르 앞바다는 해적 피해가 유독 많은 고위험해역까진 아닌 '위험 해역'에 해당한다고 또 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들은 올해 해적들의 유류 탈취가 두드러지더라도 과거 추세를 보면 타깃은 인질, 화물 등으로 다시금 바뀔 수 있다면서 경각심을 당부했다.
기니만은 해적에 의한 세계 인질 납치 사건의 90% 이상이 발생하는 곳으로 최근 유럽연합(EU)과 나이지리아 등도 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고 우리 공관들도 한국 선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계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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