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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외국인이 찜할 만하네 …'실적 로켓' 탄 매력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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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20일 LG이노텍 주가는 10만원이 깨지며 9만9100원으로 추락한다. 애플 아이폰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이 상장사 역시 실적 부진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이노텍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기는커녕 이듬해 역대 최대 R&D 투자에 나선다. 2021년 R&D 투자비로 전년보다 18% 늘린 5643억원을 투입한다. 연간 2억대가 생산되는 아이폰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부품 기술 개발을 쉬지 않은 것이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주로 공급하는데 매출 중 애플 의존도는 2020년 68%에서 2021년 75%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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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을 바라본 선제적 투자는 높은 실적과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2020년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은 6810억원이었는데 2021년 1조2642억원에 이어 올해 1조7045억원이 예상되며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클럽'에 가입할 태세다. 주가는 코로나19로 인한 바닥(2020년 3월 20일) 이후 2년 만인 지난 3월 25일 40만3000원을 찍었다. 2년 만에 주가가 4배 오른 것이다. 개별 종목의 힘은 지수를 압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7배 올랐을 뿐이다. 올 들어 약세장에 들어갔지만 LG이노텍 주가는 지수보다 덜 빠졌다.

LG이노텍과 같은 영업이익 1조클럽의 문턱은 높다. 국내 시가총액 순서로 200곳 중에서 31위(15.5%) 안에 들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큰손'들의 선택을 먼저 받는다. 당연히 주식시장 상승기에 1조클럽 주가가 더 많이 오르고 하락기엔 덜 빠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 1조클럽은 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에프앤가이드 기준)로 추렸으며 지주사와 은행·증권사 등 금융업종은 제외했다. 1조클럽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14개였는데 2021년 30개, 올해 31개로 코로나를 통과하면서 오히려 2배 급증했다. 올해 1조클럽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우량 기업들이 돈 되는 곳에 과감히 투자하는 한편 비용은 크게 절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삼성전자처럼 항상 1조클럽에 가입돼 있는 터줏대감보다는 LG이노텍 같이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는 새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당시 흑자 기업 중에서 1조클럽이 아니었다가 올해 새로 가입이 예상되는 곳은 15곳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11월 21일까지 이들 15개 기업 주식을 2조7818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각각 6조7338억원, 4조3826억원 순매도했다. 1조클럽에 대한 편애가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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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중 영업이익 1등은 HMM으로, 올해 1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2020년 9808억원에서 2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 실적 변동성이 극심한 것은 HMM이 경기 동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해운업계 1등 회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 하반기 들어 경기 침체에 대한 예상으로 운송운임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어 실적이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도 178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가는 실적 대비 싼 편이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2.89배에 불과하다. PER 기준으로는 15개 기업 중 가장 저평가됐다.

HMM의 민영화도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호재로 보인다. KDB산업은행은 HMM 지분 20.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HMM이 올해 이익만 10조원을 낼 것으로 예상되자 곧바로 매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산업계에선 HMM 인수 후보군으로 LX그룹과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등을 꼽는다. HMM 측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벌써 매각 기대감에 꿈틀대고 있다.

외국인은 새내기 중 현대글로비스(올 11월 21일 기준 9109억원 순매수)를 가장 많이 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신사업을 추가하며 사업을 다양화했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이 상장사의 사업은 크게 종합물류업, 유통판매업, 해운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유통판매업이 매출의 49%(2022년 6월 말 기준)로 핵심인데, 이 가운데 반조립(CKD) 사업을 통한 자동차부품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CKD 사업은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이뤄지니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장기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속에선 현대차그룹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다른 상장사보다 나은 편이다. 실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작년 말 대비 이달 21일까지 제자리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19.5%나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경기 방어주인 셈이다.

코로나라는 지옥을 경험했던 항공사 대한항공 역시 여행 수요가 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 1조클럽에 가입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839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1%나 급증했다. 여행객이 작년 대비 급증한 데다 화물 매출도 증가세다. 이 같은 여객·화물 쌍끌이 매출 증가세는 고유가라는 비용 부담도 이겨냈다. 최근 유가까지 진정세를 보이며 4분기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비용 분야인 인건비는 2020년 3132억원, 2021년 3122억원으로 소폭이나마 감소했다. 다른 상장사들이 직원 연봉을 올려주며 고전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2020년 대한항공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호텔사업도 정상화되고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그랜드호텔을 운영하는데 2020년 1209억원의 적자를 회계 장부에 기록했다. '코로나로 인한 호텔업 불황→한진인터내셔널 대규모 적자→2020년 대한항공 2300억원 순손실'로 이어졌는데 올해는 이런 리스크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0년 마이너스에서 작년 11.6%, 올해 23.93%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이 같은 ROE는 기업이 가진 자본금에 비해 얼마나 경영을 잘해 수익을 내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ROE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높을수록 중장기 투자에 적합하다는 뜻이다.

코로나 진단키트로 유명해진 코스닥 상장사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영업이익이 2020년 7383억원에서 올해 1조3396억원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특수'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ROE는 2021년 72.47%에 달했다. 코로나 수혜가 점차 사라지면서 올해는 47.5%로 떨어질 전망이다. ROE가 하락함에 따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영업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상장사는 최근 글로벌 체외진단 기업 '머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0%를 2조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은 자신들의 영업망이 아시아·유럽·남미 위주인데, 이번 M&A로 머리디언의 미국 영업망을 확보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M&A는 이 회사의 1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에서 비롯됐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올해 예상 PER는 6.58배 수준으로 코스피(11배)보다 낮아 시장 대비 저평가돼 있다. 특히 성장 기업이면서도 배당수익률이 4.34%로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와 비슷하다.

올해 1조클럽 새내기 중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LX인터내셔널(7.08%)이다. 이 종합상사는 2020년 주당 400원이었던 배당금을 작년 2300원으로 1년 새 5배 이상 늘리며 주주 친화 기업으로 변신했다. 배당을 늘리자 외국인도 이 주식을 사고 있다. 올 들어 LX인터내셔널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액은 1194억원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종합상사 주식 매수'는 큰손들의 공식이 되고 있다. 물가 상승에 공급망 병목 현상까지 겹치면서 해외 자원 개발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호주·중국에 석탄 광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개발해 전 세계에 판매 중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LX인터내셔널 지분율을 작년 11월 7.52%에서 올해 5월 8.54%로 늘린 바 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 역시 최근 일본 5대 상사의 지분을 6%대로 늘렸다. 이에 해당하는 종합상사는 미쓰비시·미쓰이·이토추·마루베니·스미토모 등이다. 버핏은 이들 상사주를 2020년 8월에 사들였고 직전까지 5개사 평균 지분율은 5%대였다.

지난 3분기 대부분의 업종은 이익이 예상보다 크게 감소하는 '어닝쇼크'를 겪었지만 2차전지, 태양광, 방산 등은 실적이 오히려 크게 개선됐다. 외국인도 실적 개선주들을 독식하고 있다. 2차전지 업종인 삼성SDI(6873억원 순매수)와 태양광의 한화솔루션(5726억원)이 대표적이다.

삼성SDI는 소형·대형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고른 사업 구조로 영업이익이 최근 2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해 올해 1조93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화그룹 전체의 실적 개선을 이끄는 곳은 한화솔루션이다. 2020년 594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년 새 2배 늘어난 1조1126억원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한화솔루션 주가는 45.4%나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 상장사의 PER는 11.82배 수준으로 높아져 코스피 대비 비싼 구간에 들어왔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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