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여당 장악한 상원 통과는 불확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낙태)권을 보장한 판례를 폐기한 다음 날인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텍사스주(州) 오스틴에서 임신중지를 지지하는 한 여성이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오스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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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여성의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명시하는 헌법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미 프랑스에선 임신중지(낙태)가 합법이지만 더 나아가 헌법에 근거한 권리로 보장하자는 취지다.
좌파 연합 '뉘프'(Nupes)'가 발의한 개정안은 24일(현지시간) 중도 성향 범여권 정당연합 '앙상블'의 지지를 받아 찬성 337, 반대 32표로 하원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이 상원을 통과해 국민투표에 부쳐져야 개헌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파 야당이 장악한 상원이 이 개정안을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다. 앞서 상원에선 지난달 임신중지권을 헌법으로 보장하자는 다른 헌법개정안이 찬성 139표, 반대 172표로 부결됐다.
1974년부터 임신중지가 합법인 프랑스가 굳이 임신중지권을 명시한 헌법 개정에 나선 것은 미국을 반면교사 삼기 위해서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인권 시계를 반세기 뒤로 되돌린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마틸드 파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의원은 "임신중지권을 헌법에 포함하려는 노력은 퇴행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여지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 임신중지권을 포함하면 프랑스는 여성의 권리 측면에서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도 개정안을 지지하고 있다. 에리크 뒤퐁 모레티 프랑스 법무부 장관은 헌법에 낙태권이 들어간다면 "상징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한 것은 큰 진전이지만 상원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일단 여론은 우호적이다. 지난 7월 프랑스여론연구소(Ifop)는 프랑스인 83%가 임신중지가 합법이라는 데 만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여론 조사에서 '헌법에 낙태권을 보장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81%로 집계됐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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