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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물 파업에 ‘처벌’ 으름장만 놓는 정부, 5달간 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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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24일 오후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터미널 주변 도로에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세워둔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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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24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전국 주요 항만 등 곳곳에서 화물 운송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파업이 길어지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제도 개선의 열쇠를 쥔 정부와 여당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열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엄정 대응’을 되뇌며 노동자들을 겁박하는 것만으로는 물류 대란을 막을 수 없음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화물연대가 5개월여 만에 다시 총파업에 나선 데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 지난 6월, 같은 이유로 벌어진 총파업 때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제도가 적용되는)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합의해 놓고도 지금까지 사실상 수수방관해왔기 때문이다. ‘6월 합의’ 이후 여야는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합의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관련 회의가 열린 건 지난 9월 말 단 한차례뿐이었다. 그 한차례의 회의에서도 여당과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 바빴다고 한다. 그 뒤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일몰 규정 탓에 올 연말이면 제도 자체가 폐지될 상황이어서 큰 논란이 뻔히 예상됐음에도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애초에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기는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파업에 누구보다 큰 책임이 있음에도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답이 정해진 정치적 파업’,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이기적 행동’ 등과 같은 험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는 엄포를 내놓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노동자 처지에선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안전운임제에 소극적인 이유가 대기업 화주들의 이익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윤이 노동권과 안전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화물연대의 파업에 지지 의사를 밝힌 전세계 65개국 운수노조는 한국 정부에 보낸 공동 서한에서 “더 많은 생명”을 역설했다.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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