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트레일러 운행 중단…수도권 건설현장 직접 타격
철강업계도 출하 차질…완성차 공장은 탁송 지장 우려
가장 먼저 직접 타격을 받을 걸로 예상됐던 시멘트 업계에서는 이미 운송차량 운행 중단으로 출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파업이 여러날 계속되면 주요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철강업계 역시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해 우려하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완성차·조선·정유업계 등 여타 산업계 전반도 부품과 자재 수급, 완제품 출고 등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책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멈춰 선 화물차들 (의왕=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있다. 2022.11.24 xanadu@yna.co.kr (끝) |
◇ 시멘트 출하 멈췄다…건설현장 공사 중단 초읽기
이날 파업으로 전국 시멘트 공장에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행이 중단됐다.
오전까지는 화물연대 노조가 시멘트 공장 정문을 점거하는 등의 집단행동은 없었지만 비노조원 BCT 운송자들도 운행을 모두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 공장의 생산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지만, 파업이 일주일 이상 장기화하면 시멘트 재고가 적체되며 시멘트 생산 중단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
레미콘 업계는 이날까지는 미리 확보한 시멘트 재고로 레미콘 생산이 가능하지만, 파업 둘째 날인 25일부터는 일부 차질이 시작돼 주말을 지나 다음 주부터는 전국적으로 레미콘 공장의 절반 이상이 가동을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에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아파트 건설현장 |
최근 수도권 레미콘 운송 노조의 서울 사대문 내 운송 거부 사태에 이어 코레일의 오봉역 사고 여파로 이달 초 수도권 주요 유통기지인 의왕 기지는 현재까지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서울 일부 현장에서는 레미콘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내달 초 분양에 들어가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는 레미콘 타설이 중단될 위기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미리 확보한 레미콘으로 오늘까지는 레미콘 타설이 가능하지만 내일부터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일부 대체 공정으로 공사를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현재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어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되면 사실상 공사도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절기가 오기 전에 레미콘 타설을 서둘러야 하는데 수급에 어려움이 큰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며 "파업이 조기에 타결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는 사업장이 더 늘면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토교통부 비상수송차량 준비 (의왕=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군 관계자들이 국토교통부 비상수송차량에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2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2022.11.23 xanadu@yna.co.kr (끝) |
◇ 철강업계, 출하 차질 불가피…완성차 공장 일부는 '로드탁송' 시작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않은 철강업계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9월 냉천 범람에 의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복구에 전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설비 자재의 입출고 운송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철소 가동 중단 시점부터 복구 기간에 고객사의 소재 수급과 협력사·공급사 피해 최소화에도 주력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대제철[004020]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일평균 출하량이 5만t 수준에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업에 대비해 긴급재 선출을 완료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완성차업계도 부품 수급 지연에 따른 생산 차질과 완성차 출고 지연 등 파업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완성차 출고에 차질이 발생할 조짐이 감지되면 직원들이 직접 완성차량을 운전해 공장에서 지역 출고센터까지 이송하는 '로드 탁송'도 대책으로 준비하고 있다.
신차가 완성되면 출하를 위해 차량을 공장에서 외부 출고센터 적치장으로 빼내는 탁송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장에 차량이 계속 쌓이면 생산 작업에도 지장이 생긴다.
실제 이날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탁송차량 확보에 일부 차질이 발생하자 로드 탁송 방식으로 공장에서 완성차 제품을 빼내는 작업이 시작됐다.
다만 현재까지 차량 생산과 탁송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도 철강을 비롯한 각종 자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통상 선적일 기준 3일 전부터 항만에서 화물을 받던 해운업계도 7일로 기간을 늘려 미리 화물이 항구에 들어오도록 하는 등 일부 대책을 시행하면서 사태 추이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송도 신항 도로에 줄지어 정차된 화물차량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16개 지역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 도로에 화물차량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 적용 차종과 품목 확대,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2.11.24 tomatoyoon@yna.co.kr (끝) |
◇ 정유·주류업계 등도 상황 주시…현재까지 큰 차질 없어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도 파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선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오일-탱크로리지부 소속 유조차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물류와 수송에 큰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업체들은 일선 주유소에 안내해 미리 재고를 확보하고 대체 차량을 섭외하는 등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전날에는 화물연대 지도부가 조합원에게 "파업 차량에 기름을 가득 채워 주유소 기름을 바닥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일선 주유소에서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름 사재기 등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다"며 "현실적으로 '기름 바닥내기'는 실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류업계의 경우 일부 업체에서 파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제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첫 경기가 열려 맥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일각에선 공급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오비맥주는 대체 차량을 투입해 출고가 이뤄지고 있어 제품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000080]와 롯데칠성음료는 현재까지 파업 영향 없이 정상적으로 출고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와 택배업계는 파업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은 대부분 컨테이너나 시멘트 등을 배송하는 대형 차량 위주인 데다, 택배업계의 경우 야간에 물류센터로 물품을 운송하는 대형 화물차량의 노조 가입률 자체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도 물류센터 납품 차량의 파업 참여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미숙 임기창 이신영 홍국기 김아람 신선미)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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