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호흡하는 로봇, 뇌파 탐지 밴드…꿀잠 부르는 수면 기술로 승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숙면을 돕는 산업이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수면의 상태를 측정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시키는 전통적 방법에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관련 산업도 커지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슬립테크(sleep-tech·잠과 기술의 합성어) 관련 부스를 마련하는 등 글로벌 IT기업들 다수가 참전하면서 각축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뿐 아니라 신기술을 선보이는 크고 작은 스타트업 등이 뛰어든 슬립테크 시장을 이코노미조선이 조명했다. [편집자주]

조선비즈

줄리언 자텐버그(왼쪽) 섬녹스 공동 창업자 겸 CEO, 쿠엔틴 술레 드 브뤼기에르드림 공동 창업자 겸 CEO. /각 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약 30㎝ 길이의 강낭콩 모양 로봇 베개. 옆으로 누워 껴안으니 심장 박동에 맞춰 호흡하듯 움직인다. 엄마가 아이를 재우기 위해 가슴에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장된 스피커에서는 심장 박동 소리, 백색소음, 불면증 치료 음악 등이 흘러나온다.

네덜란드 슬립테크(Sleep-Tech·숙면 기술) 스타트업 섬녹스(Somnox)는 수면 보조 로봇 ‘섬녹스’를 이렇게 소개한다. 로봇 내부에는 가속도계와 오디오 센서, 이산화탄소 센서를 탑재, 사용자의 호흡에 맞춰 수축과 확장을 반복해 사용자의 수면을 유도한다. 섬녹스는 2015년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 연구소 로봇 공학 엔지니어 네 명이 설립했다. 그중 한 명인 줄리언 자텐버그(Julian Jagtenberg) 최고경영자(CEO)는 어머니가 수면 장애로 매일 4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수면제 복용으로 또 다른 부작용을 겪는 것을 보면서 수면 보조 로봇 개발을 결심했다고 한다. 자텐버그 CEO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1억 명의 숙면을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프랑스와 미국 기반 스타트업 드림(Dreem)은 뉴로(신경) 기술을 이용한 슬립테크 기기 ‘드림’을 개발했다. 머리에 두르는 헤어밴드 형태인 드림은 뇌파를 탐지하는데, 렘(REM)수면 상태일 경우 이마 쪽에 장착된 센서가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핑크 노이즈(소리)’를 골전도 방식으로 전달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B2B로 전환해 다양한 기술 기업, 의료 업계 등과 공조를 꾀하고 있다. 드림 공동 창업자인 쿠엔틴 술레 드 브뤼기에르(Quentin Soulet de Brugiere) CEO는 “슬립테크 시장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기술 융합”이라며 “기술 발전은 의료진에게 더 효과적인 장비를 제공해 치료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선비즈

1 섬녹스 로봇과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연동 앱. 2 드림 헤어밴드를 착용한 모습. /각 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각 회사와 제품에 관해 설명해달라.

자텐버그 “섬녹스는 2015년 숙면에 도움 되는 인공지능(AI) 기기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는 자연 요법을 찾던 중 ‘호흡’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동반자나 친구 같은 기기를 만들고 싶어 고민하던 중 애니메이션 영화 ‘빅 히어로 6′의 ‘베이맥스’와 ‘월-E’에서 디자인적 영감을 받았다. 또 엄마가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안고 있을 때 심장 박동 수와 호흡이 일치하게 된다는 미러링 효과를 다룬 연구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약 1만7000여 명이 섬녹스 로봇을 사용했다. 기기와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잠과 호흡 개선 코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쿠엔틴 “드림은 수면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B2C 기업 ‘리듬(Rhythm)’으로 시작했다. 지난 7년간 우리는 200만 건 이상의 수면 데이터를 수집했고, 수만 명의 수면 개선을 도왔다. 우리가 개발한 헤어밴드형 수면 유도 기기 드림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졌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주목하게 됐다. 이에 발맞춰 회사를 B2B로 전환하게 됐고, 올해는 가상 수면 클리닉 ‘드림 헬스(Dreem Health)’를 선보였다. 수면 검사, 진단, 치료, 후속 관리 등 수면에 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AI 기반 설문지로 고객 증상을 진단하고, 원격 진단 장치(드림 헤어밴드)를 통해 전문가와 수면 테스트를 진행하고, 본인 증상에 맞는 치료법을 제공하는 식이다. 수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슬립테크 효능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텐버그 “차별화한 슬립테크 브랜드는 기술의 효능을 지표로써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스웨덴 칼스타드대, 독일 함부르크대,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병원과 섬녹스 로봇의 효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실험 참가자 42명 중 98%가 수면 문제가 개선됐다고 답했고, 43%는 잠드는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쿠엔틴 “불면증을 겪는 환자 1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실험 결과, 드림 기기 사용자 71%가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MIT, 케임브리지대 등 350개 이상의 대학이 드림 기기를 수면 관련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우주비행사의 수면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에서도 우리 기기를 사용했다. 드림 헬스 역시 이미 선도적인 슬립테크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3개월 만에 800명 이상의 사용자가 등록했고, 주요 보험사와 제약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드림은 파트너들과 함께 수면 과학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최근 슬립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자텐버그 “적당한 운동과 적절한 영양소 섭취는 예전부터 건강 비결로 주목받았지만, 잠은 비교적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다. 잠을 잘 자는 것은 영양소 섭취와 운동 다음으로 건강에 중요하다. 우리는 인생의 약 3분의 1을 잠에 쓴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잠은 굉장히 중요하다. 깊고 편안한 잠을 자도록 돕는 기술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쿠엔틴 “수면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늘면서 슬립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수면은 식이요법, 운동과 함께 건강의 3대 축 중 하나다. 수면의 양과 질 모두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역할을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미 몇 년 전 수면 부족을 주요 공중 보건 비상 사태라고 선언했다. 수면 장애는 당뇨병, 심혈관 질환, 비만, 우울증 등 증상을 유발하지만, 수면과 관련한 시스템적 변화는 미미했다. 그러나 점점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건강 관리에 나서면서 수면 장애를 개선하는 슬립테크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와도 관련이 있을까.

자텐버그 “코로나19로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건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자신을 돌보는 ‘셀프 케어’ 트렌드가 가속화했다. 특히 수면이 면역력을 높이는 중요한 활동이라는 사실도 한몫했다. 양질의 수면에 대한 관심은 슬립테크 기기 수요 증가와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섬녹스의 2020~2021년 매출도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대비 248% 늘었다.”

쿠엔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정신 건강과 수면 건강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수면 장애, 특히 불면증은 불안감과 관련이 깊다. 또 코로나19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키운 촉매제가 됐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원격 의료와 헬스케어 기술의 융합과 그 효율성을 몸소 체험했다.”

슬립테크 산업 전망은.

자텐버그 “긍정적이다. 잠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기술은 수면 질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섬녹스 로봇 같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수면의 질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쿠엔틴 “슬립테크 산업은 지속 성장할 것이다. 슬립테크는 현재 가장 큰 미개척 시장 중 하나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지만, 올바른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슬립테크 산업은 다양한 관련 신기술의 융합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는 고차원 기술을 어떻게 융합하고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미 기업, 의료계, 제약사 등 다양한 분야 간 기술 교류와 통합이 시작됐다. 이런 거대한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Part 1. AI와 손잡는 슬립테크

· ‘돈 되는 꿀잠’에 주목하는 세계

· [Infographic] 잠 못 이루는 지구촌 슬립테크가 뜬다

Part 2. 슬립테크 신시대를 여는 사람들

· [Interview] 코너 헤네간 구글 선임연구과학자

· [Interview] 해외 슬립테크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2人

· [Interview] 조남혁 교원 웰스 상품전략 부문장

· [Interview]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

Part 3. 전문가 전망

· [Interview] 토비아스 실버잔 맥킨지 베를린사무소 파트너

· [Interview] 신현우 한국수면기술협회 초대 회장

이선목 기자(letswin@chosunbiz.com);원자윤 인턴기자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