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미국 인플레감축법 두고 미-EU 무역 갈등 고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벨기에 브뤼셀에 자리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앞에 유럽연합 깃발이 내걸려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럽 배터리 산업의 희망으로 꼽히는 스웨덴 업체 ‘노스볼트’는 최근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 사업에 3750억달러(508조원)를 투입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8월 제정했는데, 감세와 보조금 혜택을 북미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한-미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고 20일 <폴리티코>와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이 이 법으로 막대한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제공해 기업 투자를 싹쓸이하려 하려는데 대한 유럽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터 칼슨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모멘텀이 이동하고 있다”며 “(유럽 기업 뿐 아니라) 전략적 계획과 투자 계획을 바꿔 북미로 이동하려는 새로운 아시아 플레이어(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독일 폴크스바겐은 미국 내 사업 확장을 발표했으며,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독일 내 생산량을 줄이고 미국 텍사스 제철소에 대한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유럽연합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협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소극적이기만 하다. 유럽이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금 혜택을 주는 조항이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은 세계 전기차 생산량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생산량은 10%정도인데 이 법에 의해 현재 구도가 뒤 바뀔 수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합의를 하지 못하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고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하지만, 최근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보복 관세보다는 유럽연합 자체 보조금 확충이다. 자동차 업체 르노를 보유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업체들에 보조금 혜택 등을 집중하자는 취지의 ‘유럽 제품 구매법’(buy european act)를 만들자고 주장해왔다. 수출 대국인 독일은 그동안 미국과 보조금 경쟁을 벌이자는 이 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일 당국자는 “미국과의 대화가 막판 해결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독일은 프랑스 생각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럽 제품 구매법을 지지하지 않고 있지만, 유럽연합이 불공정한 경쟁에 직면하거나 투자를 잃는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제3차 미·유럽연합 무역기술협의회(TTC)가 열리지만 양쪽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유럽연합 무역기술협의회는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훼손된 무역관계 회복 등을 목표로 지난해 처음 개최됐다. 다음달 회의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정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 한국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움직임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자유! <한겨레>를 네이버에서도 만날 자유!!
▶▶함께해서 더 따뜻한,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한겨레는 이번 취재에 대통령 전용기를 거부합니다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