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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취재파일] 빈 살만의 나라, 사우디가 부러운 이유 딱 한 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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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통해 우리는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 3주째입니다. 이태원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가는 강물 같지만 바닥 깊게 파인 흔적은 아직 그날 그 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이 여전합니다. 그러나 보완책, 대비책을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권력인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소식이 연일 화제입니다. 그가 몰고 온 '중동의 바람'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세종에도 그 바람의 한 조각이 딸려 왔습니다. 사우디에서 보안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지인이 보낸 사진 몇 장과 동영상이 그것입니다. 지인은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거 좀 보고 배워야 해."


▲ 리야드 시즌, 축제가 열리는 블루바드 거리(13일 촬영)

13일 영상에 나오는 장소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블루바드 거리입니다. 우리에게는 '리야드 시즌'에 축제가 열리는 장소 중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죠. 사우디 정부가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기획한 행사인데 최근 개막했습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 페스티벌'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해에는 10월에 개막한 이 행사, 사우디 정부가 예상한 국내외 관광객이 1,100만 명이었다고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가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니 그보다 적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촬영 당일에는 블루바드 거리가 비교적 한산했다는 군요.

그런데 지인이 영상과 사진을 보낸 이유는 관광지 소개가 아니었습니다.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봅니다. 그 해 사우디에서는 이슬람의 성지, 메카 인근에서 신자 700여 명이 순례 도중 압사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압사 사고의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 뒤로 성지 순례 주요 길목에는 경찰력을 강화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뒤엉킬 만한 축제에도 경찰과 안전요원을 필수적으로 배치하고 있답니다. 영상 재생 25초쯤 분수대 앞에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등장합니다. 주최 측이 고용한 안전요원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축제 장소 곳곳에서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는 게 지인의 말입니다. 인파가 별로 없어도 말이죠.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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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야드 시즌, 축제가 열리는 블루바드 거리(13일 촬영)

위 사진 속 블루바드 거리 한 편에 차량 두 대가 보입니다. 사우디 경찰 차량입니다. 한 대는 지휘용, 나머지 한 대는 경찰 버스인데 비상 상황을 대비해 출동했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 아닌데도 말이죠. 우리는 이걸 '필요 최소한의 선제적 조치'라고 쓰고 '잘했다'로 읽어야 합니다.

사우디는 2015년 참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 게 확실합니다. 영상과 사진 속 상황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람이 몰릴 만한 곳에 정부든 지자체든 먼저 나서야 한다는 교훈, 우리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말 뼈저리게 느껴야 합니다.

빈 살만의 말 한마디로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됐다 풀렸다 하는 나라,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살해할 수도 있는 나라, 불과 5년 전까지 여성이 운전을 할 수 없었던 나라, 사우디가 부러울 까닭은 없지만 참사의 교훈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점, 결국 그게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는 그 점은 조금 부러울 따름입니다.
조기호 기자(cjk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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