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달 오토바이 사고 수습 때문에 돈이 많이 들었는데, 담보대출은 더 이상 안 나오고 신용대출 금리는 너무 높아 엄두가 안 났다. 급한 대로 그동안 납부해둔 노란우산공제금을 빼서 일단 해결했다."
서울에서 배달전문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이 모씨는 4년 전 창업하면서 동시에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해 매달 70만원씩 납부해왔다. 이씨는 "노란우산공제에서 대출을 받으면 금리도 낮고 신용점수에도 영향이 없다고 해서 지난달 말 급히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의 공제계약대출 규모는 올해 10월 말 기준 3조6000억원을 돌파해 이미 지난해 말 3조4871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말 1조5602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다. 가입자는 매월 5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자유롭게 가입금액을 선택해 납부할 수 있다. 폐업이나 사망, 노령과 같은 이유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그간 납부한 금액에 연복리 이자율을 적용해 공제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이자율은 분기마다 변동되며 올해 4분기 적용되는 이율은 연 2.9%다. 금융사에서 판매하는 일반 예·적금 금리에 비해 낮지만 소득공제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어 많은 자영업자들이 퇴직금 마련 목적으로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한다.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노란우산공제회에서 민원인들이 상담하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과 대출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그동안 퇴직금 목적으로 납부해온 노란우산공제금 일부를 대출해 급전을 마련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노란우산공제 가입자는 납부금 내 대출상품인 공제계약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납입했던 공제금 내 90% 수준에서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분기마다 바뀌며 올해 4분기 적용된 금리는 연 3.6%다. 지난 2분기 연 2.9%에서 급격히 오르고 있지만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신용대출(6개월 변동금리) 평균 금리는 연 6.12~7.46%에 달한다. 자영업자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대출을 받아둔 사례가 많아 대출이 더 나오기 힘든 경우도 흔하다. 노란우산공제 공제계약대출은 대출 총량규제와도 무관하기 때문에 매달 납입해온 돈이 있다면 공제계약대출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양새다.
공제계약대출을 이용해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자영업자도 있지만 고금리 예금에 넣어서 이자수익을 노리는 자영업자도 존재한다. 노란우산공제에 총 4000만원가량을 납부했다는 자영업자 하 모씨는 이달 초 연 3.6% 금리로 공제계약대출을 받아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중 연 6% 이자를 주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2000만원을 넣었다. 하씨는 "ISA에는 비과세 혜택이 있어 노란우산공제 세금 환급 혜택과 대출이자를 고려하더라도 이렇게 돈을 굴리는 게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노란우산공제 신규 가입자는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다. 가입자가 늘어 공제계약대출 규모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윤영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노란우산공제 신규 가입자는 2019년 말 약 24만명에서 2020년 27만명, 2021년 28만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신규 가입자는 23만7000여 명이다.
다만 공제 해지 건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는 별도의 만기가 없고 폐업·사망·노령·퇴임과 같은 이유가 발생하면 공제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계약상 정당 사유로 해지된 노란우산공제 건수는 지난해 말 9만9388건으로 10만건에 육박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7만7411건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대부분 폐업을 이유로 해지한다. 8월 말 기준 올해 들어서도 6만3275명이 해지했다.
윤영덕 의원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자영업자가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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