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위협 상존 상기한 사건…전쟁 장기화에 작은 사건으로도 갈등 증폭 우려
프셰보두프 마을 현장 인근 거니는 폴란드 경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15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의 공격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방공 요격 미사일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며 파장이 가라앉긴 했지만, 이번 사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전쟁이 길어지면 비교적 작은 사건 사고를 계기로도 긴장이 증폭돼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서방 언론이 분석했다.
16일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 관련 발사체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인근 유럽 국가를 침범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크로아티아에 정찰용 드론 추락해 폭발 (자그레브 로이터=연합뉴스) 경찰과 군 관계자들이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외곽의 드론 추락 장소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2.3.11. photo@yna.co.kr |
3월 10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대형 드론이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헝가리 영공을 거쳐 역시 나토의 일원인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의 외곽에 추락, 큰 폭발을 일으키는 아찔한 일도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학생 기숙사 바로 옆에 대형 분화구가 생성될 만큼 폭발 강도는 작지 않았다.
당시 나토는 동맹국의 방공망 시스템을 통해 드론의 비행경로를 추적했다고 밝혔지만, 크로아티아 당국은 해당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항의해 잠재적인 공격에 대한 나토의 대응 태세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사건 나흘 뒤에는 러시아군의 '오를란-10' 정찰 드론이 연료 부족으로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루마니아의 국경 지대에 추락하는 일도 벌어졌다. 같은 날 또 다른 러시아 정찰 드론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폴란드로 넘어왔다가 다시 우크라이나로 향한 뒤 격추되기도 했다.
WSJ은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민간 항공에 미치고 있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궤도를 벗어난 드론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이 각각 적군의 레이더 등을 교란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전파방해장치 역시 민항기의 교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그래픽] 폴란드에 미사일 2발 타격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마을에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의 요격 미사일로 일단 파악됐다고 AP통신이 16일 미국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 3명은 지난 15일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것이라는 점을 이번 사건에 대한 예비 조사가 시사한다고 말했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2022.11.17 송고] |
폴란드의 경우 방공망이 핵심 기반시설을 중심으로 배치돼 있고 국토 전역을 방어하지 못하는 까닭에 15일과 같은 사고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고로는 농민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당초 러시아 미사일이 나토의 동맹국을 타격한 줄 알고 유럽이 발칵 뒤집혔던 이번 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언제라도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상대하는 더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상에서 양쪽 군대가 전투를 벌이고, 상공에서는 미사일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격렬한 전쟁이 오래 이어지면 이 와중에 좀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과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폴란드 농촌에 떨어진 미사일과 이 직후 감지된 서방의 일촉즉발의 위기감은 설령 러시아가 나토 일원을 실수로 타격했을지라도 전쟁이 더 큰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현실을 극명히 드러냈다고 NYT는 짚었다.
독일마샬펀드 브뤼셀 사무소의 이언 레서 소장은 "병력이 근접 대치해 있고, 전쟁이 잦아들 기미가 없이 길어지면 나토와 러시아 전체 지역에서의 위험도 높아진다"며 이번 일이 발생한 직후 나타난 과도하고, 성급한 반응은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더욱 위험한 점은 서방의 동맹을 분열시키고, 민간인들 사이에 공포를 심으려는 러시아가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득이 있다는 계산 아래 핵무기 사용을 놓고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 관료 출신의 제러미 샤피로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연구국장은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는 매우 실제적인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우발적인 긴장 고조보다는 의도적인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샤피로 국장은 "러시아 정권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전쟁에서 패하고 있고, 스스로의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서방의 결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군사적 또는 심리적인 영역에서 변화를 꾀할 것이고, 핵무기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정보수장이 최근 튀르키예에서 러시아 정보수장을 만난 것에도 이런 우려가 녹아 있다고 봤다. 백악관 대변인은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4일 앙카라에서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을 만나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샤피로 국장은 아마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러시아의 위험 계산을 바꾸는 것이 번스 국장의 임무였을 것이라며 "그는 '당신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은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사실을 러시아에 확실히 이해시키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가 당신들의 의사결정은 물론 현재 당신들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알고 있다', '당신들이 얻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점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을 것이라고 샤피로 국장은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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