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 앞두고 분위기 해치려 도발"…이란 "우리 소행 아냐"
오만 해의 유조선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오만 인근 해상을 지나던 유조선을 상대로 이뤄진 무인기(드론) 공격의 주체로 이란을 지목했다고 AF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6일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입수한 정보를 검토한 결과 이란이 무인기(UAV)를 사용해 이번 공격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러면서 "이러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동맹과 협력해 이란에 책임을 묻고 적절한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선박의 운영사인 이스턴퍼시픽시핑은 성명을 내고 피격 사실을 공개하면서 "선박 표면에 경미한 손상이 있지만, 화물 누출이나 침수는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WSJ은 이번 공격으로 선체 뒷부분에 구멍이 났지만 승선한 선원은 모두 안전하며 선박의 기능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관리도 AFP에 이번 유조선 공격은 20일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분위기를 해치려는 '이란의 도발'"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이란이 우크라이나전 사용을 위해 러시아 팔고 있는 것과 동일한 '샤헤드-136'이라고 주장했다.
4만2천t의 경유를 싣고 아르헨티나로 향하던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 '퍼시픽 지르콘'호는 오만 해상에서 드론 공격을 받았다. 싱가포르에 본부가 있는 이 선사는 이스라엘 부호 이단 오퍼가 소유주이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의 나세르 칸아니 대변인은 이란이 공격을 수행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이번 공격의 주체임을 부인했다.
이번 유조선 피습 사건은 걸프 해역을 둘러싼 서방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다.
미국 해군은 지난 15일 이란에서 예멘으로 향하던 선박에 실려 있는 비료 포대 속에 숨겨진 미사일 연료 원자재 70t을 적발해 압수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이란에 경고하는 차원에서 B-52H 폭격기 2대를 동원해 무력 시위를 전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도 오만 인근 해상에서 이스라엘인이 소유한 해운사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아 2명이 숨진 적이 있다. 당시에도 미군은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으나, 이란은 의혹을 부인했다.
영국 위험 분석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중동·아프리카 전문가 토르키오른 솔트베트는 "핵합의 복원을 둘러싼 서방과 이란의 외교가 교착에 빠지면서 중동 지역에서 선박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시달리고 있는 이란 정부가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불안을 부추기려 할 개연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착용과 관련한 엄격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들끓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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