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4박6일 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순방 전체를 관통한 기조는 ‘명확한 선택, 그리고 확인된 리스크’다. 정부 출범 때부터 외교의 큰 축으로 잡은 한·미·일 밀착 행보를 3국의 공동성명으로 명문화했다. 한·중 정상의 첫 대면에선 인식차를 확인했다. 순방 기간 내내 따라붙은 언론 취재 제한 논란은 향후 윤석열 정부 언론관을 평가하는 데 중요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속 높인 한·미·일, 중국 리스크는 ‘상수’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은 지난 11~1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한 뒤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순방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밝히고 핵심 이해관계국들과 연쇄 정상회담을 하며 촘촘한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 외교에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자평한다”고 말했다. 향후 외교가 나아갈 방향과 원칙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다. 독자적인 인·태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 발표와 함께 한·미, 한·일,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 등을 6가지 순방 성과로 꼽았다.
이 같은 결과물의 핵심은 한·미·일 밀착과 중국과의 거리두기 흐름으로 요약된다. ‘가치 공유국 간 연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등을 담은 인·태 전략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인·태 전략에 보폭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간 만남을 통해 3국 결속을 공고히 했다. 3국간 경제안보대화체 신설 등 전 분야에서 협력 수준을 높였다. 이틀 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흐름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미국을 중심축으로 삼는 외교 방향을 인정하면서도 한·중 관계의 긴장도를 낮추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동맹을 중심축으로 여타 국가와의 관계를 도모하는 외교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한·미·일이 중국에 초점을 맞춰서 과녁을 겨눈다는 식의 해석은 조금 피해주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외교적 공간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했다. 미국과의 밀착을 거듭 공식화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중국 리스크를 낮추려는 메시지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한·중 관계에서 마찰 가능성은 ‘상수’가 됐다. ‘외교적 공간’에서 중국과의 마찰 수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는지가 과제다. 시 주석의 방한이 어느 시점에, 어떤 의제로 이뤄질지가 한·중 관계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방한 여부와 관련해 “코로나가 변수”라고 했다.
순방 내내 취재제한 논란, 언론관 의구심 해소 과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이 특정 언론에 순방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데 대한 후폭풍이 순방 기간 내내 따라다녔다. 대통령실의 선택에 따라 언론을 선별해 취재 ‘편의’ 제공 여부를 정하는 사례를 남기면서 언론 취재 제한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을 도입하며 언론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내세웠지만, 이번 순방을 전후로 언론관에 의구심을 남기게 됐다. 이를 둘러싼 야당 공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한·일, 한·중 등 순방의 ‘하이라이트’격인 주요 양자회담은 기자단 취재가 불허된 채 대통령실 담당 직원을 통해 전해졌다. 이 역시 특정언론 전용기 탑승 불허와 맞물려 취재 제한 논란을 불렀다. 통상 순방 기간 중 한 차례 정도 이뤄지는 전용기 내에서의 기자간담회도 생략했다. “우리 외교의 대전환”(김 안보실장)이 이뤄진 순방의 결과를 두고 윤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때도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았다.
김 안보실장의 언론 브리핑 역시 주요 회담이 있었던 지난 13일부터 3일간 이뤄지지 않다가 이날 열렸다. 회담 상대국인 미국, 일본 등이 정상이나 핵심 당국자가 나서 회담 결과를 설명한 것과 차이가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다른 쪽(국가)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것 같지 않다”면서 “순방 전 사전 브리핑에서 큰 윤곽을 밝혔고 (이후) 충실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보도 수요에 맞추려 노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