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미디어부 박종진 기자 |
“미디어산업의 진일보를 위해 과거 정부의 방송개혁위원회·융합추진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마련, 범부처·범국민적 규제 개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달 '대전환기 방송규제 패러다임'을 논하기 위해 열린 학술 세미나에 참여한 미디어 전문가의 발언이다. 미디어산업 규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의견으로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외면돼 온 이야기다.
방송법은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다. 개정을 거듭했지만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률이 됐다. 통신망에 기반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출현으로 전송 방식에 따라 케이블TV·IPTV·위성방송을 구분할 이유가 없어졌고, 시장 간 경계도 사라졌다. 넷플릭스, 월트디즈니, HBO 등 거대사업자와 겨뤄야 하는 현재의 미디어 정세에 맞지 않는 규제도 수두룩하다.
과도한 채널 편성·방송광고 규제와 재승인·재허가 심사 및 부관 조건 부여는 K-미디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국내외 OTT에는 해당 사항이 없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민간사업자에 요구하는 공영방송 수준의 규제와 의무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으로 나뉜 미디어 법·제도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뉜 거버넌스 정리도 필요하다. 통합이 어렵다면 역무를 명확히 해서 부처 간 불필요한 주도권 다툼이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원화된 주무 부처는 정책 결정 속도를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갈등과 이중 규제를 낳는다. 이해관계가 어떤 산업보다 복잡한 미디어 시장 특성을 고려, 케이블TV·위성방송·IPTV·OTT·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방송사업자 모두와 정부·공공기관·학계 대표 인사로 구성된 협의체 발족으로 규제혁신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방송개혁위와 융합추진위 역시 미디어산업 이해관계자 다수의 참여에 기반, 공개적인 운영으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미디어법 제정을 끌어냈다.
해답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미디어·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전담 기구인 '미디어혁신위원회'에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기업·학계는 물론 시민사회를 포함한 거버넌스를 모색하고 미디어산업 경쟁력 제고 방향성을 모색할 공론의 장을 마련하면 된다. 정부는 문체부와 국무조정실 주도로 여러 매체에서 규제혁신 정책 광고를 시작했다. '당신의 기대가 규제혁신의 기준'이란 슬로건으로 경제와 국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규제혁신을 추진하고 자신 있게 알린다는 취지의 광고다. 미디어산업계의 기대도 미디어 관련 법·제도 혁신의 기준이 되길 바란다. 말이 아닌 규제 개혁이라는 행동을 실천할 때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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