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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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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인가 실수인가… "러, 폴란드 공격" 주장에 나토 '신중' 모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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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접경지에 러시아 미사일 떨어져 2명 사망”

러시아 “공격 안했다” 주장에 우크라이나 “고의적”

나토·EU 등 우려 표명…러시아 소행 여부엔 ‘신중’

G20회의 참석 중인 바이든, 나토 정상간 긴급회의

러시아가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유럽연합(EU)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나토가 개입할 경우 전쟁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일보

15일(현지시간) 러시아발 추정 미사일 두 기가 떨어진 폴란드 동부의 우크라이나 접경지대 마을 프르제워도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미사일이 폴란드 영토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프르제워도우[폴란드]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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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인가 실수인가? 러시아는 ‘부인’

폴란드 라디오방송 ZET는 이날 경로를 벗어난 미사일 2발이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마을 프르제워도우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100발에 가까운 미사일을 쏘며 대규모 공습을 재개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이번 미사일 타격이 러시아의 소행이 맞는지, 고의인지 실수인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를 입은 마을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마일(약 6.4㎞)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미사일이 의도치 않게 국경을 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러시아가 긴장고조를 위해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를 일부러 공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 회원국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히 규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달엔 폴란드 대통령이 자국에 핵무기를 배치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폴란드를 러시아가 고의로 공격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 러시아 미사일이 폴란드, 연합국의 영토를 타격해 사람이 죽었다”면서 “매우 심각한 긴장고조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해당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가 폴란드를 공격했다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대해 “상황을 고조시키기위한 고의적인 도발”이라며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 근처 공격은 러시아가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트위터에서 “이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진 것이라는 음모론을 내세우고 있다”며 “누구도 러시아 선전전에 넘어가거나 그런 메시지를 증폭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폴란드 외무부가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숨졌다고 발표한 15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부 프셰보도프의 곡물 창고 밖에 경찰관들이 모여 있다. 폴란드 외무부는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프셰보도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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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4조’ 발동 검토…바이든 긴급회의 소집

표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이날 수도 바르샤바에서 기자들에게 “폴란드는 나토 조약 4조, 상호협의조항을 발동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은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는 언제라도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러시아가 폴란드의 영토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인정되면 나토가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확전 우려가 있는 만큼 미국과 유럽 등 회원국들은 언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폭발과 관련 통화를 했다고 전하면서 “나토는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며 동맹들이 긴밀히 상의 중”이라며 “모든 사실이 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미사일의 출처와 폭발 경위 등 구체적인 사항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U 지도부는 잇달아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친구들에게 가장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했고,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도 “미사일 혹은 다른탄약이 폴란드 영토에서 사람들을 숨지게 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세계일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왼쪽부터)이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미사일 폭발과 관련해 긴급 회의를 열고 있다. 발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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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인도네시아 발리에 머물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긴급 회동을 열기로 했다. AP통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정상들과 회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통화했다며 “폴란드의 조사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통화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적절한 대응을 위해 두 국가가 긴밀히 움직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으로부터 폴란드 피격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깊은 애도의 뜻도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미사일 폭격이 러시아의 소행이 맞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하지 않았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시점에서는 이들 보도를 확증할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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