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北 호응하면 지지" 역할론과 거리두기
北은 8월에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거부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발리=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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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이번에도 북핵·미사일 문제였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거리를 뒀다.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호응했지만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바꿔 말하면 ‘북한 호응 없이는 지지도 없다’는 의미다. 북한은 석 달 전 이 제안을 걷어찼다.
‘담대한 구상’ 지원 사실상 거부
2019년 6월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무개차를 타고 평양의 금수산궁전으로 향하며 환영 나온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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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번 회담의 관건은 윤석열 정부가 북핵 문제 대응에서 시 주석의 협조를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달렸다. 7차 핵실험 사전준비를 일찌감치 마친 북한은 올 들어 30여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상태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3각 대립구도가 선명해지는 상황에서 종신권력이 된 시 주석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날 기대에 못 미치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향후 중국의 역할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야심 차게 내놓은 담대한 구상은 탄력을 받지 못하게 됐다.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달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이명박 정부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의미나 다름없어 보인다.
북한이 당장 7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이 반대하면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는 불가능하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직후 제재에 동참했던 중국은 올 5월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놓고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함께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고위급 대화 정례 추진” 공감대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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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 정상이 교류의 폭을 넓힌 건 성과로 꼽힌다. 시 주석은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넘어 “양국 간 1.5트랙 대화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1.5트랙은 정부와 민간이 모두 참여하는 소통 채널을 의미한다.
앞서 외교부는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중 차관급 '외교·국방(2+2) 대화'를 새롭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때 가동했던 한중 국장급 2+2 대화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여파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국장급 2+2 대화마저 2015년 1월을 마지막으로 7년 넘게 열리지 않았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국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합류하고,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예비회의에 참석하는 등 미국 주도로 재편되는 대중 압박 전선에 동참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교역국 1위 중국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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