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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휴식시간 15분 남짓…택배 노동자 ‘과로사’, 첫 중대재해법 위반 적용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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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시간 상·하차 업무 50대, 작업 재개하자마자 쓰러져

노동부 “사인 조사”…“질병 여부 아닌 노동 여건 따져봐야”

경향신문

로젠택배 경기 이천터미널 상하차 담당 일용직 노동자들이 길에 쭈그리고 앉아 식사하고 있다. 노동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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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새벽 로젠택배 경기 이천터미널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 A씨가 숨졌다. 수도권 곳곳에서 첫얼음이 관측된 추운 날이었다. 식사하고 업무를 재개한 지 몇 분 안 돼 몸에 이상을 느낀 A씨는 바닥에 주저앉았고, 이후 깨어나지 못했다. A씨는 앓고 있는 병이 없었다. 동료 노동자들은 ‘과로’가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A씨는 지속적으로 야간노동을 하면서도 휴게시간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로젠택배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노동부가 과로사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적은 아직 없다. 노동자들은 이번에야말로 중대재해법 위반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A씨는 일용직으로 3년 넘게 이천터미널에서 택배 상하차 및 스캔·분류 업무를 담당했다. 업무시간은 월요일엔 오후 7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 화요일부터 금요일 그리고 일요일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였다.

근로계약서상 보장된 휴게시간은 1시간이었다.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해서도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동료 노동자들의 증언과 영상 등을 종합하면 밥 먹는 시간을 포함해 휴식시간은 총 15분 정도에 불과했다. 업무 시간에 앞서 일을 시작하는 날도 있었다. 사고가 난 당일에도 A씨는 15분 만에 식사를 마쳤고 업무를 재개하자마자 쓰러졌다.

A씨가 병원에 이송될 때도 동료 노동자들은 계속 일했다. B씨(40대)는 “퇴근할 때쯤 사망소식을 들었다. 현장에 오래 다닌 터라 인사도 주고받는 사이였는데 마음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며 “사망사고 다음날에도 회사는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업무환경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원청인 로젠택배는 “휴게시간 미보장 등에 대해선 확인하고 있다”며 “회사는 당사 터미널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보호를 위해 하청업체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보건관리 등 관련법령을 준수할 것을 도급계약 내용으로 포함해 체결하고 있다.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부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로젠택배 측은 “근로시간을 확인한 바로는 과로로 인정될 만한 근로가 없었다는 것을 도급사로부터 회신받았다”고 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과로사에서 개인질병 여부는 의학적인 관점이고, 노동 여건을 봐야 한다. 주 52시간을 준수하더라도 휴식시간 보장이나 연속작업으로 인한 노동강도에 대한 조치를 하는 것 등이 안전보건확보 의무다”라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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