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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물가 끌어올리는 수입차… “세제 혜택 정상화해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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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연식변경인 2023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주요 모델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E클래스 세단의 경우 모델별로 260만~740만원 인상됐고, 대형 세단 S클래스는 600만~1610만원 인상됐다. 차종별로 새로운 옵션을 추가하면서 가격이 인상됐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고려해도 가격 인상폭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텔란티스그룹 소속 브랜드 지프 역시 최근 국내 인기 모델인 ‘랭글러’ 판매 가격을 일제히 330만원 인상했다. 이전과 같은 제품을 판매하지만, 원자재 값과 물류비, 원·달러 환율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라고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는 물론 중고차 가격도 상승한 가운데 특히 수입차가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입차 수요가 늘어나는 사이 수입차 업체들이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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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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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운송장비 물가지수는 2020년 100을 기준으로, 2022년 10월 106.7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6.7% 상승했다는 의미다.

운송장비 항목은 경승용차부터 소·중·대형 승용차와 다목적승용차, 수입승용차, 전기차 등으로 세분돼 있는데 이 가운데 물가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항목은 수입승용차였다. 지난 10월 수입승용차의 물가 지수는 109.3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다목적승용차로 107.8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에 처음 15%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18.6%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8월에는 월간 점유율이 22%에 육박하기도 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 수요는 계속 증가하면서 수입차 업계는 판매 가격을 계속 인상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할인 정책을 폈지만, 차를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면서 할인 프로그램이 대부분 사라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동차의 경우 글로벌 공급병목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해당 품목의 물가 상승 확산세는 다른 내구재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 차질 해소 지연 등으로 지난해보다 올해 상승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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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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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오르는 수입차 가격이 물가를 자극해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수입차와 관련된 비정상적인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세를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어 고가의 수입차 구매자가 국산차보다 낮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거나 법인이 고가의 수입차를 구입하면서 세금 감면을 받는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지방세인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기준은 배기량이다. 전기차가 등장하기 전에는 배기량이 크면 기름을 많이 써 환경에 부담이 큰 것은 물론 차 가격도 높았기 때문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 순수전기차가 등장하면서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것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인이 구매하는 차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경우 법인 구매 비율이 70%에 이른다. 국회에서는 법인차를 구매한 뒤 사적으로 유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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