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다시 해외로]네옴시티 건설현장을 바라보다
삼성·현대 컨소시엄 8일 첫 발파…네옴 "한국과 파트너십 가능성 열려 있어"
네옴시티 발주처인 네옴은 본격적인 터널 공사에 앞서 사우디 현지 건설사를 동원해 이 지역에서 터 파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로 곁에 이렇게 파낸 흙이 새로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 공사가 끝나면 본 작업이라 할 수 있는 터널 구조물 설치 공사가 이어진다. 왕복 2차선이었던 8785고속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한 것도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준비작업이다. 건설업계에선 이르면 내년 이곳에서도 본 공사가 발주될 것으로 본다.
사우디아라비아 8785고속도로에서 바라본 네옴시티 사업 예정지역.(사진=박종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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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살만 700조 프로젝트에 사우디 건자재 동나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북부 지역에서 건설하려는 신도시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700조원)에 이른다. 사우디 왕위계승자이자 실질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시티에 국운을 걸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사우디 정부가 네옴 공사 현장 접근은 물론 사진 촬영까지 막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네옴시티는 선형 수직 도시인 더 라인과 해안 산업도시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나뉜다. 핵심은 더 라인이다. 더 라인은 높이 500m, 길이 170㎞ 초대형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다. 더 라인 밑엔 철도가 깔리는데 그 중 터널 공사 첫 공구를 올 6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그리스 아키로돈이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에 성공, 8일 첫 발파를 마쳤다. 컨소시엄이 수주한 첫 터널 공사 규모만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사업이 앞으로 다른 공구에서도 쏟아질 예정이다. 기업들이 사막 모래바람에서 기회를 보는 이유다.
네옴시티 규모는 8785고속도로에 늘어선 배치플랜트(레미콘 생산 설비) 수십 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네옴시티 공사가 본격화할 것을 대비한 설비들이다. 이 정도 양이면 서울을 몇 바퀴 돌 수 있는 도로를 만들 수 있다. 현지 진출 업체들은 네옴이 사우디 인력과 자재를 다 빨아들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1.7조 잭팟 올린 K-건설, 추가 수주 눈독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발주처인 네옴도 까다롭다. 네옴이 정한 공사기한을 차질 없이 맞춰야 한다. 공기를 못 맞추면 공사 금액을 삭감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네옴 공사를 수주한 중국 업체 일부는 낭패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다로운 발주처지만 한국 건설업체는 성공적인 공사 수행을 자신한다. 더 라인 터널 공사만 해도 벌써 삼성·현대 컨소시엄이 그 반대편에서 터널 공사를 수주한 스페인-중국-사우디 컨소시엄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자재·장비를 못 구해 발을 굴리는 FCC 컨소시엄과 달리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네옴이 정한 공기를 착착 맞춰가고 있어서다. 손해가 나더라도 어떻게든 공사를 마쳐 발주처와 신뢰를 쌓아온 ‘K-건설 DNA’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네옴 입장에선 한국 컨소시엄과 스페인 컨소시엄 성과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국 건설업계에서 네옴 추가 수주를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 라인 터널공사뿐 아니라 현대건설은 옥사곤 항만공사 입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고 삼성물산은 더 라인 건물 건설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외에도 국내 건설 기자재와 물 산업 업체 등도 네옴 프로젝트 참여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리야드무역관은 네옴 고위관계자와 한국 기업 간 웨비나도 준비 중이다.
우리 건설사에 대한 사우디의 긍정적인 인식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네옴에서 도시계획 수석디렉터를 맡은 건축가 타렉 캇두미는 “한국을 찾았을 때 한국 회사를 많이 만났다”며 “고위층에선 이미 파트너십이 형성됐다. 파트너십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가 있다면 더 많은 한국 회사에 네옴 문호를 여는 것이다. 네옴이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데다가 접촉 창구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웨이 등 중국 회사는 아예 타부크 등에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네옴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후 “한국 기업을 많이 소개하고 끌고 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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