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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물가·금리는 오르는데…오히려 재정 쏟아붓는 유럽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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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더 올리게 하는 상황 만들 수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도 유럽 국가들이 '큰 정부'를 지향하며 재정을 쏟아붓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의 정부 지출은 올해 지역 경제 총산출의 5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3년 전보다 4%포인트 오르는 것이다.

연합뉴스

유럽의회
[EPA=연합뉴스]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유회 미니 총회의 모습.


나라별로 봐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우 경제 총산출 대비 정부 지출 비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예외적인 재정 지출이 발생한 2020년과 2021년을 빼면 수십 년만의 최고치다.

이에 비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이 2020년 45%로 늘었으나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들어가 지금은 이미 코로나19 위기 전 수준에 근접한 37%로 낮아졌다.

물론 유로존 경제는 재정 확대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성장률이 0.7%(연율 기준)를 기록하는 등 단기적으로는 나름 효과를 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지출 확대 영향은 노동시장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유럽중앙은행(ECB) 집계에 따르면 유로존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2019년 이후 4%나 늘었다. 이 기간 민간 제조업 일자리는 1% 줄었고 시장 서비스 일자리는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로존 내 노동자 4명 중 1명은 정부 고용 인력이 차지했다.

그러나 WSJ은 유럽의 이런 정책 대응이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정책과 충돌하는 문제를 낳는다.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무려 10.7% 상승,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난달 IMF는 유럽 국가들이 정부 지출을 줄여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중앙은행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정부의 빈 곳간도 보충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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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라가르드 총재가 지난달 27일 통화정책회의 후 이동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DB화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유럽 각국은 오히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를 이유로 대규모 기업 대출 보증 프로그램을 부활시켰다.

이탈리아의 경우 미상환 기업 대출의 3분의 1이 정부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경제 개입이 유럽에서는 여전히 인기를 끄는 정책이라는 점이 이런 정책 기조의 배경으로 꼽힌다.

예컨대 지난달 취임한 우파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내년 적자 예산을 GDP 대비 4.5% 규모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이미 150%로 악화한 상황이다.

독일에서도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올라프 숄츠 총리가 산업 구조 개편을 이유로 '통큰 지출'을 내걸고 있다.

WSJ은 이런 기류는 선진국들이 고물가에도 재정 지출과 국가 부채를 크게 늘린 1970년대와 닮아 불편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4일 연설에서 "정부 지출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면서 중앙은행이 한층 더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정책 모순으로 인한 경제 문제는 영국에서 44일 만에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에 의해 현실화된 바 있다.

트러스 전 총리는 재정 지출 삭감 없이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가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게 했다.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영국 사례는 시장이 정책 지속 가능성에 높은 경계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재정 정책은 건전해야 하고, 적자 예산은 변화된 금리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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