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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프랑스, 이탈리아 '난민선 거부' 비난…"용납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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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난민 구조선 입항 거부로 이주민 문제가 유럽 국가 간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여자 무솔리니'로 불려온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신임 총리가 취임 후 줄곧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올리비에르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9일 라디오 채널인 프랑스인포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습니다.

베랑 대변인은 "유럽의 규정상 구조선이 이탈리아 영해에 있으면 이탈리아가 수용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명확하다"며 "이탈리아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입항 거부로 남부 시칠리아섬 인근 해역에 3주 가까이 머물던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의 이주민 234명을 직접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오션 바이킹'호를 운영하는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프랑스는 이탈리아가 먼저 구조선을 받아들이면 이주민 수용 책임을 분담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의 거부로 대치가 길어지자 결국 이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입니다.

베랑 대변인은 '오션 바이킹'호의 해법을 두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간에 외교적 대화가 오갔음을 인정하며 "이 배가 사소한 위험이라도 직면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말했습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도 자국 소속 구호단체 난민선의 입항이 거부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민간 해상 구조를 막아선 안 된다"며 "사람들이 익사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도덕적·법적 의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지난 6일 독일 구호단체 'SOS 휴머니티' 소속 '휴머니티 1'호와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지오 바렌츠'호에 탑승한 이주민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만 선별 하선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자 배에 남은 이주민 250명에 대해서도 8일 밤 하선을 허용했지만, 각국 입장차가 좁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멜로니 총리의 취임으로 이주민 문제에 대한 이탈리아 정부의 강경 노선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어 유럽연합(EU) 주요국들과의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운동 때부터 배타적 이민 정책을 주장해온 멜로니 총리는 난민 구조선이 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사이를 수시로 오가고 있다며 사실상의 '셔틀버스'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자는 입장을 밝혔으나 강제성이 없는 이상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게 이탈리아 정부 측 주장입니다.

독일과 노르웨이 등이 자국 국적 난민선에 대해서는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유럽연합(EU) 주요국은 연안 국가인 이탈리아에 난민선 수용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대륙과 단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이주민을 책임질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어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지난 4일 이탈리아가 이주민들의 하선을 일단 허용한 뒤 분담하자는 유럽연합(EU)의 제안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멜로니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의 합법성, 안전,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바다에서 새로운 죽음을 피하고 밀입국 브로커들과 싸우기를 원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멜로니 총리는 "시민들은 우리에게 이탈리아 국경을 지킬 것을 요청했고, 이 정부는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해 강경 노선을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한편,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오후 오션 바이킹호 이주민 전원을 "가장 가까운 안전한 장소에 즉각 하선토록 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뒤늦게 냈습니다.

해당 현안이 EU 회원국 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중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집행위는 성명에서 이탈리아 등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각국 정부가 해상에서 조난한 이들의 생명 안전을 보장하고 구조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현영 기자(lee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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