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세로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아온 FTX가 뱅크런이 발생하면서 파장이 가상자산 시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FTX가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투자했기 때문에 관련 자산이 덩달아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코인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이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본질적 가치와 달리 개인과 세력에 기대어 규제 없이 성장해온 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9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이번주에만 13.34% 급락한 2550만원에, 이더리움은 16.06% 떨어진 185만원에 거래됐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비트코인이 9일 새벽까지 하루 동안 약 50조원이 증발했다. FTX가 직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코인들은 하락폭이 훨씬 크다. 국내 업비트에서 현재 거래대금 4위에 올라 있는 솔라나는 이번주에만 34.2% 폭락했다.
FTX가 뱅크런에 처한 이유는 '담보대출'이다. 특히 실물가치나 사용성이 없는 자체 발행 코인을 담보로 현금성 자산을 대출했다는 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는 루나·테라 사태에서 테라가 루나라는 자체 발행 코인을 담보로 테라라는 일종의 화폐를 발행한 것과 비슷하다. 폭락 원인은 FTX거래소의 대표 샘 뱅크먼프리드에게서 시작된다. 뱅크먼프리드는 두 개의 회사를 갖고 있는데 하나는 벤처캐피털(VC)인 알라메다리서치이고, 다른 하나는 FTX거래소다. 하지만 두 회사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FTX는 FTX 내의 의결권, 거래소 수수료 할인 등의 혜택을 가진 FTT라는 토큰을 발행한다. 쉽게 말해 FTX거래소의 주식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코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를 통해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제표가 유출된 게 도화선이 됐다. 알라메다리서치의 자산 중 FTT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알라메다리서치는 146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확보 중인데, 이 중 FTT가 36억6000만달러 상당으로 단일 보유자산 중에선 가장 컸다. 이 외에도 FTT 담보대출물이 21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코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FTX가 발행한 FTT를 알라메다리서치가 초기에 구매하고, FTX는 FTT의 가격을 띄워 알라메다리서치의 장부상 이익을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라메다리서치는 장부상 이익을 토대로 FTT 기반 현금성 자산 대출을 시행했고 이를 통해 코인벤처에 투자하면서 몸집을 계속 불려왔다.
"코인 시장이 팽창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1년 넘게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한 코인벤처 중 실패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FTX에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FTT를 담보로 대출한 자산으로 투자를 했는데, 해당 자산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 자동으로 담보물인 FTT가 청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대표 자오창펑이 나타났다. 자오는 "FTT가 루나·테라처럼 폭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유한 5억3000만달러 상당 FTT를 모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과거 FTX에 투자해서 FTT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바이낸스가 FTT를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FTT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FTX거래소의 현금성 자산인 스테이블코인 준비금도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 잔액이 줄어드는 것을 통해, FTX가 사실은 고객들의 돈을 돌려줄 수 있는 충분한 준비금을 갖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고객들이 너나없이 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했다. 하락의 주범인 FTT코인은 하루 만에 81.82% 폭락했다. FTT는 한국에선 코인원, 고팍스, 코빗에만 상장돼 있다. 이번 사건의 여파로 새벽에 코인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대응도 못 하고 손해를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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