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엑시노스 2200. /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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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상징인 모바일칩(AP) 엑시노스가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이다. 퀄컴이 스냅드래곤을 앞세워 경쟁 중인 플래그십(최상위 제품) 시장에서 갤럭시S 시리즈에 채택되는 것과 다르게 엑시노스는 차기 제품의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확장을 노리는 중저가 시장에선 대만 미디어텍에 한참 뒤처져 있는 상태로, 믿을 구석이었던 삼성전자 모바일(MX)사업부에서도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시스템반도체 1위를 위해 선언한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모바일칩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 엑시노스의 부진은 제품의 토대가 되는 설계 역량의 부족과 이를 생산해 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수율(양품 비율) 불안정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 갤럭시Z 시리즈에 채용되는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퀄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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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차기 플래그십 모바일 칩 엑시노스2300(가칭)의 경우 삼성 파운드리의 4·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이용하는데, 4㎚ 공정 수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칩인 퀄컴 스냅드래곤 8 2세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율을 내는 TSMC의 4㎚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성능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MX사업부는 내년 초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에 스냅드래곤 비중을 거의 100%까지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병행 채용했던 그간의 관행을 깨는 것이다. 애플은 모바일칩을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데, 아이폰과 갤럭시의 성능 차이가 심하다는 지적도 고려한 셈이다.
급기야 퀄컴은 삼성전자 갤럭시S23에 스냅드래곤이 전량 들어간다는 내용의 실적보고서(미국 회계연도 기준 4분기, 7~9월)를 내기도 했다. 특정 공급처 공급 물량이 100%라고 밝히는 건 기업 간 거래(B2B)가 주를 이루는 전자 부품 공급망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는 “갤럭시S23에서 퀄컴 적용 비율이 100%로 올라간다”라고 했다.
다만 엑시노스는 중저가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이 덕분에 최근 출하량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 모바일칩 출하량은 2280만대로, 전 분기 대비 53.9% 늘었다. 업계는 갤럭시A에 들어가는 엑시노스1080이 호성적을 거둔 것으로 본다. 이 기간 다른 모바일 칩 업체는 출하량이 줄었다. 대만 미디어텍은 1분기 1억1070만대에서 2분기 1억10만대로 9.6% 감소했고, 퀄컴은 6670만대에서 6400만대로 4% 축소됐다. 애플 또한 5640만대에서 4890만대로 13.3% 후퇴했다.
미디어텍 디멘시티1200. /디멘시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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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출하량 총량으로 보면 여전히 삼성전자의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하량 1위 미디어텍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업계 점유율은 소폭 늘어 7.8%로, 미디어텍 34.1%, 퀄컴 21.8%와 격차가 크고, 중국 유니SOC(9%)에도 뒤처져 있다. 2019년에는 모바일칩 시장 점유율 14%를 달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없다.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중저가 스마트폰에 경쟁회사 제품 비중을 점점 높인다는 점은 엑시노스의 입지를 흔들리게 한다. 현재 갤럭시A 시리즈는 저가형인 A03과 A13에 유니SOC와 미디어텍 모바일 칩, 엑시노스를 중저가인 A23에는 퀄컴 스냅드래곤을 채용하고 있다. 중급형 기종인 A33과 A53은 엑시노스를 적용하고, 대화면 중급형인 A73에는 퀄컴 스냅드래곤을 넣는다. 지난달 공개한 저가형 갤럭시A04에는 미디어텍의 것과 엑시노스를 병행 장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모바일 칩을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칩을 설계하려 하는 기존의 전략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로 중저가 시장을 먼저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불필요한 라인업을 정비하고,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칩 전략으로 선회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규모가 형성되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미디어텍의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미디어텍 역시 그런 방식으로 회사 몸집을 키워온 회사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사장은 최근 “(모바일 칩을 포함한) 시스템온칩(SoC) 분야 개발 인력이나 투입 자원 등을 보면 경쟁사(퀄컴 등) 3분의 1 수준이다”라며 “현재 역량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방안은 뭘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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