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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대전 미래 문화유산 선호도? 잊혀진 '대표음식'처럼 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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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00개 후보 중 15개만 설문 대상…선정 기준 모호하고 공감 어려워

"미래에 사라질 시설 선정은 잘못…미래유산 개념부터 명확히 정립해야"

연합뉴스

미래유산 선호도 조사
[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대전시가 미래에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을 선정하기 위해 진행하는 시민 선호도 조사가 공감하기 어렵고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하면 시민들 기억에서 사라진 '대전 대표음식'과 같은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의 미래유산' 선정을 앞두고 시민 여론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도시·건축, 문화·예술, 정치·사회, 자연·경관, 생활·민속, 과학·기술 등 6개 분야를 대표하는 가치 있는 지역의 유무형 역사·문화 자원 100건을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시는 100건의 후보군 모두 동등하게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자체 평가를 거쳐 상징성인 큰 15개에 대해서만 선호도를 묻기로 했다.

나머지 85개 후보군은 설문 항목에 나오지 않는다.

대전시는 15개 후보 샘플(표본)을 고른 것일 뿐 우선순위를 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내부 검토를 통해 상위 15개를 선정한 것 자체가 이미 순위를 평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 참여자들 역시 표본에 오른 후보군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

대전시는 선호도 조사를 진행하는 대전시소 플랫폼에 올릴 수 있는 항목이 제한돼 있어 어쩔 수 없이 상위 15개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선정 기준도 불분명하다.

재래시장 분야에서 유성 오일장을 유일하게 설문 항목에 넣었지만, 역사가 오래된 신탄진시장을 비롯해 중앙시장, 도마시장이 설문 항목에 제외된 배경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유성 오일장은 주변에 재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에 향후 몇 년 안에 시장 일부가 사라지게 된다.

전국에서 즐기는 두부두루치기를 대전 고유의 문화유산 후보군으로 선정한 것도 의구심을 들게 한다.

이미 대전시가 지역 고유 특성에 맞게 육성하고 관리해온 '대표음식'인 돌솥밥과 삼계탕이 멀쩡히 있지만, '상징성이 떨어진다'며 설문 문항에서 제외했다.

2009년 돌솥밥과 삼계탕을 대전 대표음식으로 지정할 때 시민들로부터 공감받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시는 이를 무시하고 대표음식 지정을 강행했다.

하지만 현재 대전시가 배포한 삼계탕·돌솥밥 조리법을 채택해 영업 중인 음식점이 없는 것은 물론, 대표음식을 알고 있는 시민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건축물 분야에선 대전시의 첫 공공청사인 부청사 건물이 후보군 자체에 들지도 못했다.

일반 건축물인 이 건물은 대전시 문화재 관련 부서에서 보존활용 계획을 세우지 않아 현재 철거 위기에 놓였다.

대전시는 선호도 조사를 거쳐 연말께 처음으로 미래문화유산 20개가량을 선정할 방침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인 이상희 목원대 교수는 "미래유산은 앞으로 남아있다는 전제하에 설정하는 건데 유성시장처럼 이른 시일 내에 훼손 우려가 있는 시설을 미래유산으로 보는 건 다소 맞지 않는다"며 "시가 미래유산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정립한 뒤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상태에서 대전만의 색깔을 내포하는 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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