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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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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무투표 선거 기류 에 반기 든 스님…"투표로 여론 공론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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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진우 스님
한국일보

동국대 서울캠퍼스 정각원에서 교법사로 일하는 진우 스님이 지난달 말 동국대 인근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으로 출마했던 이유를 밝히고 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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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선거 출마자가 한 명뿐이니 투표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당선자가 결정됐죠. 불자들은 여론을 듣고 공론화할 기회를 박탈당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중앙종회의원에라도 출마해서 후보자로서 유권자인 스님들과 종단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진우 스님)

동국대 서울캠퍼스 정각원에서 교법사로 근무하는 진우(52) 스님은 지난달 치러진 대한불교조계종의 18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에서 종단 직할교구에 출마해 19표를 얻고 낙선했다. 선거구 선거인단의 절반 정도인 266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7% 득표율을 얻은 셈이지만 그는 큰 성과라고 자평한다. 올해 신임 총무원장이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된 후 종회의원 선거도 대체로 무투표로 진행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런 투표 없는 선거 분위기에 반기를 든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진우 스님은 총무원장이나 의원 선거가 무투표로 진행되는 기류가 종단을 비민주적으로 운용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무투표 선거는 1994년 종단 개혁이 확립한 ‘민주적 종단 운영’ 가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는 “무투표 선거는 종단 내에 건강한 견제와 토론이 상실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절에서 도박 사건이 벌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해도 자정이 되지 않으니 불자들이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종회의원은 선거와 종단 직능단체 배분 등을 통해서 모두 81명이 선출된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교구본사들마다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내부 협의를 통해서 합의 추대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9월 치러진 37대 총무원장 선거도 후보가 1명만 출마해 1994년 총무원장 선거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투표 없이 당선됐다. 중앙종회의원 선거에서도 교구본사 24곳 중 19곳에서 무투표로 당선자가 선출됐다. 투표가 열린 곳은 5곳에 그쳤다. 서울에서는 네 자리를 놓고 진우 스님을 포함해 5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불교계에는 선거가 과열되는 것보다는 합의 추대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진우 스님은 “싸우지 않고 안정적으로 썩어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우 스님은 2015년부터 동국대 교법사로 일하면서 종단의 불합리한 운영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교내 사찰인 정각원이 받은 시주금이 2017년 당시 동국대 총장이었던 보광 스님 개인 명의로 조계종에 기부된 것을 문제 삼았던 진우 스님은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 해고당했다가 법적 소송을 통해 복직했다. 그는 “선거는 졌지만 귀중한 표를 받았고 주변에서 격려도 많이 받았다"면서“종단의 퇴행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또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도 장기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님들 이외에 불자들까지 참가해 총무원장을 선출하면 불교가 더욱 민주적으로 운영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는 "불자들을 비롯해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선거로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시주금을 관리하는 최정점에 있는 게 총무원장이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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