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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거둔 이익, 가상통화로 분배?…‘프로토콜 경제’ 예산만 170억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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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중기부 ‘10대 과제’로 선정
각종 지원 명목 2년간 170억 편성

“이익 배분 가상자산 아니어도 가능”
안팎에서 ‘비현실적’ 지적 잇따라
올해 전략 수립 무산되며 폐기 수순

정부가 플랫폼 경제의 독과점 폐해를 막겠다며 추진해온 ‘프로토콜 경제’ 지원 사업이 전면 중단된다. 내년 예산안에 프로토콜 경제 지원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고, 향후 사업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2년간 17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발전 전략조차 세우지 못했는데,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토콜 경제는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10대 과제(경제정책방향)로 선정된 사업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플랫폼에 모인 참여자들이 합의를 한 뒤 일정한 규약(프로토콜)을 만들고 이에 따라 플랫폼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코인(가상통화) 등으로 참여자들과 나누어 갖는 것이 핵심으로 이른바 ‘더불어 잘사는 자본주의’를 표방한다.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예로 들면 배민(플랫폼)에서 낸 이익을 플랫폼 참여자인 라이더와 자영업자가 시큐리티 토큰 등으로 받게 된다.

정부 정책에서 프로토콜 경제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20년 12월이다. 당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2021년 정부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자본주의 폐해가 심해서 생긴 것이 수정자본주의라면 플랫폼 경제의 독과점 폐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프로토콜 경제”라며 프로토콜 경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2021년 1분기에는 프로토콜 경제 발전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구체적인 전략을 토대로 소상공인과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지원 방향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프로토콜 지원 명목으로 ‘스마트 서비스 ICT 솔루션 개발 사업’(60억원) 예산도 신규 편성했다. 블록체인(거래)등을 개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2년간 최대 5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2년에는 사업 규모를 늘려 11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정부의 프로토콜 경제 정책을 두고 중기부 안팎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정책의 방향과 뜻은 좋지만 개념만으로는 안 된다”며 “당시에도 정책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많았다”고 말했다. 프로토콜 경제가 추구하는 공정한 이익 배분은 꼭 가상통화가 아니더라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플랫폼이 의지가 있다면 참여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낮추거나 수당을 높여 공정한 배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토콜 경제는 현실에 스며들지 못했고 중기부에서도 겉돌았다. 프로토콜 경제 발전 전략 수립은 연기를 거듭하다 끝내 무산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해보니 중기부 업무 영역을 넘어서는 사안이라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선언 수준의 보고만 이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만들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예비타당성 사업 편성할 때 블록체인 지원 사업을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프로토콜 경제 지원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단순히 예산을 삭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해당 예산이 누구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쓰였고, 무슨 성과를 냈는지 면밀히 평가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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