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예산안 상정 무산…'공관 리모델링' 놓고 여야 충돌

외교부 '외교네트워크 구축' 놓고 여야 충돌

통일부·민주평통 예산안만 전체회의 의결

박진 외교부 장관 /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외교부 장관의 공관 리모델링 비용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내년도 외교부 예산안 상정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 내년도 외교부 및 통일부 관련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그러나 여당인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데다 여야 간사 간에 전체회의 상정 안건을 두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외교부 예산안 상정은 끝내 불발됐다.

여야는 지난 4일에 이어 이날 오전까지 외통위 예산소위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이어갔지만, 내년도 외교부 예산안에서 막판 쟁점으로 남은 70억원 규모의 '외교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예산에 대해 "청와대 용산 이전에 따른 파생 비용이 드는 것 아닌가", "꼼수 예산"이라 비난하며 대폭 삭감을 요구했다. 공관 리모델링 비용이 업무추진비 성격의 외교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포함된 건 용산 이전에 따른 꼼수 예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외교부 장관이 외빈을 맞아 외교활동을 하는 리셉션 공간에 대한 예산을 두고 트집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원안 처리를 요구했다.

대립을 이어간 끝에 정부·여당은 해당 예산을 일단 예산안에 포함시키되 야당의 지적 사항을 부대의견에 담아 국회 예결특위에서 다시 심사하자고 '타협안'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소위 위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날 회의 시작 1시간여 만에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한 외교부 예산안과 통일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이후 곧바로 개최된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여야는 민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태영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야당이 예산소위에서 의석수 우위를 앞세워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건 다수당의 횡포이고 우리나라 외교를 발목 잡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외통위 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이전 예산이 '외교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이름하에 들어가 있다. 이는 청와대 예산이 커 보이는 걸 줄이기 위한 꼼수"라며 "청와대 이전에 부수된 어쩔 수 없는 예산이라면 제대로 된 항목을 찾아 요청하라"고 맞섰다.

결국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는 해당 예산이 포함된 외교부 예산안은 상정하지 않고, 여야가 예산소위 심사에서 대부분 합의를 본 통일부와 민주평통 예산안만 상정해 의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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