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건 58건 중 기소의견 송치 23건… 검찰 기소는 불과 4건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올해 1월 27일) 후 9월 말까지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474건이며, 사망자는 495명이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이상) 요건을 갖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사고로 좁히면 총 176건으로, 사망자는 192명이다.
지난달 25일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 A씨가 5m 난간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진은 A씨가 추락한 사고 현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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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고용부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확인해 입건한 사건은 58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는 23건이다.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전체 사망사고 대비 입건과 기소의견 송치 모두 저조한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는 더 더디다.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 중 현재까지 단 4건만 기소됐다.
중대재해법은 산재 사망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명분으로 입법됐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법인 또는 기관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규정이 강하다.
그러나 실제 처벌사례가 아직은 거의 없는데다 사망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건설현장의 경우 제도 시행 이후에도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총 41명으로, 전년 동기(4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 수도 작년과 비슷하다. 올해 1~3분기 HDC현대산업개발(6명), DL이앤씨(4명), 대우건설(3명), 계룡건설산업(3명), SK에코플랜트(2명), 호반산업(2명) 등 24개사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9명), 태영건설(4명), 현대건설(4명), 대우건설(3명), 한양(3명) 등 22개사였다.
◇ 경영계 “대표이사 책임 과중”vs 노동계 “제대로 법 적용해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대재해법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경영계는 사업주 처벌로 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노동계는 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 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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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이 법의 규정이 불명확하고 대표이사가 부담해야하는 책임이 과중하다고 비판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늘었다는 것은 대표를 처벌한다고 해서 안전관리가 강화되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라면서 “안전관리를 강화해도 작업자가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영계의 이런 시각은 최근 중대재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두성산업의 사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두성산업은 에어컨 부속자재 제조업체로, 사업장에서 집단 독성감염이 발생해 16명이 다치면서 지난 6월 기소됐다. 그러나 두성산업은 ‘규정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위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이런 비판을 ‘중대재해 처벌을 무력화하는 시도’로 보고 오히려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모든 공사 주체들에게 안전 책무를 부여하고, 이를 소홀히 해 노동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경영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재해법상 의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는 규정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처벌 범위와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자의적인 법 해석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용을 보다 명확히해 양 측의 우려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온정 기자(warmhear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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