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조건 이주노동자들에게 "악을 선으로 갚으라" 강론
바레인 찾은 교황 |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현지시간) 걸프 지역 무슬림 국가 바레인에서 약 3만명이 모인 가운데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고 AFP,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바레인국립경기장에는 바레인뿐 아니라 인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에서 찾아온 가톨릭 신자들이 운집해 노랑과 흰색 바탕의 바티칸 국기를 흔들면서 교황을 맞았다.
대부분이 이슬람 국가인 걸프 지역에서 교황과 함께 3만명이 모여 미사를 진행한 것은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0만명 이상이 모인 것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들은 대부분 남아시아와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로 걸프 지역에서 건설, 접객, 운수, 석유·가스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교황은 강론에서 열악한 근로 조건에 처한 이들에게 "인내 속에 선을 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왕인 그리스도가 가르치셨듯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이같이 할 때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마음을 무장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레인 교황 집전 미사 |
이날 기도는 동남아시아 언어인 말레이어, 타갈로그어, 타밀어 등으로 진행됐다.
일부 신자들은 85세 고령인 교황을 직접 볼 수 있다는 데 대해 감격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인도 출신으로 바레인에 거주하는 필로미나 아브란체스(46)는 자원봉사자로 나왔다며 "우리는 새벽 1시부터 여기 오느라 잠도 못 잤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역시 바레인에 사는 마르게리테 헤이다(63)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모시다니 기분이 최고다. 이건 올해 최대 이벤트"라고 말했다.
인구의 약 70%가 무슬림인 바레인에 현직 교황이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교황의 39번째 해외 방문으로, 무슬림 관리들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이날 2천여석 규모로 아라비아반도에서 가장 큰 성당인 아라비아 성모 대성당에서 열린 예배에도 참석했다.
교황은 1940년대 지어진 성심학교에서 어린이들도 만났다. 주일인 다음날도 이 지역에서 83년 역사로 가장 오래된 성심교회에서 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나흘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후 로마로 돌아갈 예정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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