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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에 나섰던 동료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 사고로 지하 190m 지점에 고립됐던 두 광부는 221시간 동안 최초 매몰 장소 인근에 있던 원형 공간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려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고립된 광부들은 베테랑 작업반장 박 모(62) 씨의 주도로 '경험과 매뉴얼'을 토대로 침착하게 대피해 장시간 고립에도 스스로 갱도를 걸어 나오는 기적을 이뤄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영돈 경북 봉화소방서장은 5일 오전 최종 언론 브리핑에서 "4일 오후 11시 3분쯤 두 분을 구조 완료했다"며 "구조 장소는 사고 발생 장소 부근 조금 넓은 공간이었으며 모닥불, 비닐 등으로 보온을 하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로 생존을 연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서장은 "두 고립자들은 (구조 당국의) '발파 소리'가 들릴 때는 구조하러 오는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고,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는 절망감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사고 당시인 지난 26일 선산부(작업반장) 박 모(62) 씨와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 모(56) 씨는 제1 수직갱도 3편(지하 190m) 수평 거리 70m 지점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발견 장소는 매몰 사고 당시 작업 장소로부터 약 30m 떨어진 원형의 공간으로, 사방에서 갱도들이 모이는 인터체인지 형태의 구조였습니다.
일대 공간 규모는 100㎡ 정도였고, 사고 원인인 토사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구조 당국은 밝혔습니다.
구조 당국이 확보한 구조 진입로는 폐갱도인 제2 수직갱도에서부터 총 325m입니다.
낮 동안 소규모 막장 붕괴도 있었던 갱도 여건이 급변한 건 오후 10시 45분부터였습니다.
갱도 내 공간이 생기며 구조에 동참한 동료 광부가 먼저 발견 지점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구출에 동참한 7명 중 1명인 방장석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 특수구조대 구조팀장은 "동료 광부가 다급하게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모두 흩어져 있던 상황이라 한번에 가진 못했다"고 최초 발견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구조에 나선 광부와 두 고립 광부들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며 "고립됐던 광부들은 자신들을 구조하러 온 광부에게 "수고했다, 고생했다"고 인사를 나눌 정도로 의식이 명료했고, 대단한 상황이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방 구조팀장은 두 사람의 건강 상태를 일차 확인한 뒤 지상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조치했고, 두 광부는 본인들의 의지와 힘으로 스스로 걸었습니다.
구조 진입로인 갱도 내부를 자력으로 계속 걸어 나왔다고 구조 당국은 묘사했습니다.
방 구조팀장은 "고립됐던 두 분이 발견 당시 서로 어깨를 맞대고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너무 특이해서 구조 후 다시 들어가서 대피 장소를 전체적으로 촬영할 정도였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광부가 매몰된 작업 장소에 가만히 있지 않고, 생존을 위해 자신들이 대피 장소를 마련했다"며 "토사가 밀려와도 경험과 매뉴얼을 토대로 침착하게 대피해서 안전하게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업체측에 따르면 갱도에 고립됐을 때를 대비해 마련된 매뉴얼은 '공기가 들어오는 쪽으로 대피하라', '물이 흐르면, 흘러나오는 쪽으로 대피하라', '주위에 잡을 물건이 있으면 그것을 따라가서 공간을 이용해 대기하고 있어라'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두 사람은 고립 후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가져갔던 물이 떨어지자 갱도 내 지하수를 마시는 등 매뉴얼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광부인 작업반장 박씨의 역할이 컸습니다.
갱내 평균 온도는 14도였고 대피 장소에 모닥불을 피운 둘은 비닐과 마른 나무로 천막을 만들어 바람을 피하고, 바닥에 흐르는 지하수가 몸에 닿지 않도록 패널을 깔아 체온을 유지했습니다.
비닐은 평소 작업용으로 원래부터 갱도 안에 있던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밀폐된 갱도 안에서 질식과 폭발 우려에도 모닥불을 피운 것은 두 광부의 판단이었다고 구조 당국은 밝혔습니다.
갱도는 밀폐된 공간이기에 공기의 흐름이 있으며, 이번 사고가 난 갱도의 경우 두 개의 수직갱도가 양쪽으로 관통되어 있어서 공기 흐름은 자연스럽게 되는 환경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상권 광산업체 부소장은 "지하에서 일했던 애환이 해소된 것 같았다"며 "지하에서 일하는 광업인으로서 이런 사고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광업인, 구조대원, 인간의 승리라고 자축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최초 사고 신고가 14시간 반 늦어진 데 대해 "정말 죄송하다. 나름대로 구조하려고 노력했지만 원활하지 않아서 다음날 신고했다. 차후에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사고가 난 제1 수직갱도의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잘 관리를 하겠다. 노력해서 이뤄진 갱도, 광업시설"이라며 "잘 유지해서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광부의 생환까지 소방관 397명, 경북도 관계자 27명, 봉화군 관계자 81명, 군 장병 30명, 경찰 43명, 광산 관계자 218명 기타 인력 349명 1천145명과 장비 68대가 동원됐습니다.
구조 현장을 지휘한 윤영돈 봉화소방서장은 4일 오후 11시 3분 '구조 완료'를 선언했습니다.
매몰 사고 발생 221시간, 광산업체 측이 사고 신고했을 때로부터는 '8일 14시간 29분'만의 극적인 구조였습니다.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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