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보존과학의 세계'…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신간]
부석사 조사당 벽화 '제석천'. (국립문화재연구원 제공) |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일제강점기 때 철거된 영주 부석사의 고려시대 사찰 벽화를 가상현실(VR) 콘텐츠로 복원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부석사 조사당(祖師堂) 벽화'다.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사찰 벽화로,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제작했다는 기록이 있어 더 가치가 있다.
조사당 벽화는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625~702)의 조각상이 있는 감실 맞은 편 벽면에 6폭에 걸쳐 제석천(불교의 수호신)과 사천왕(동서남북 사방과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 범천(제석천과 함께 부처를 양옆에서 모시는 수호신) 등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16~1919년 부석사를 보수하던 조선총독부는 조사당에 '누수' 우려가 있다며 벽화가 그려진 벽체를 분리했다. 당시 '조사당 벽화 6면을 외함에 보관해 부석사에 보존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바로 보존 처리 되지 못했고, 1925년에야 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후 안료 박리, 채색층 박리·박락 등의 문제가 재발하며 여러차례 보존 처리 과정을 밟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하다. 벽체 해체와 보존 처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신간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은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모아둔 책이다.
박물관에서 유물 보존 처리 업무를 담당하며 '문화재 보존과학'에 빠져든 저자는 과학적 분석과 조사를 통해 바라본 문화유산을 역사와 함께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에서 부석사 조사당 벽화의 '재보존 처리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일반적인 사찰 벽화의 구조와 그리는 방법 등 기본적인 설명부터 벽화 해체 과정과 보존 처리 과정상의 어려움 등을 전한다.
저자는 부석사 조사당 벽화의 경우 일제강점기 보존 처리 때 쓰인 석고에 의한 '염'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이 역시 과학이 해낸 일이다. 이동식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 3차원 현미경으로 벽화의 손상 상태를 기록, 염의 분포 범위를 확인한 뒤 휴대용 'X-선 형광 분석기'로 염의 화학 조성을 분석했더니 1985년 진행했던 염 제거 작업 중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일부가 남아있었다.
염의 결정은 채색층 사이사이에도 확인됐다. 이대로 손상이 진행되면 아마도 채색층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 부석사 조사당 벽화는 2026년까지 보존 처리와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저자는 이외에도 어린아이를 넣어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성덕대왕신종'에 대한 성분 분석, 1300년 넘게 제자리를 지켜온 '첨성대'가 지진을 버티는 비결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과학적인 시선에서 소개한다.
◇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 신은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만원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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