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2일(현지시간) 90.00달러를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미국 내 원유 재고가 감소한 데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한다는 첩보, 중국의 '제로 코로나’ 단계적 철폐에 대한 기대감 등이 상승 압력을 키웠다. 다만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강경한 ‘매파적 발언’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유가 오름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2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8% 오른 배럴당 90.00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배럴당 90달러선을 넘은 것은 지난달 10일(91.13달러) 이후 20여일 만이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1월물 영국 북해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1.6% 상승한 배럴당 96.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진 것은 각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국제 유가를 들썩이게 한 건 이란의 사우디 공격 첩보다. 중동이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 1일 사우디가 ‘이란이 조만간 사우디를 공격할 것’이라는 내용의 첩보를 미국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이유로 체포된 20대 여성의 의문사로 반정부 시위가 불거지자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우디나 이라크 등을 침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란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이란이 지난 9월부터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무장 드론으로 이라크 북부를 공격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와 미국은 위기대응 태세를 격상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줄어든 것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로 끝난 한 주간 미국 원유 재고는 311만 5000배럴 감소한 4억 368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들이 집계한 전망치(160만 배럴)를 크게 웃도는 감소 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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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오는 8일 열리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에너지 가격 상승 통제를 위해 미국 내 석유 재고를 늘려달라고 정유업계를 압박했다. 하지만 미국 원유 및 정제 석유제품 수출 규모가 지난달 26일 하루 평균 기준 최대치인 1140만 배럴을 기록하는 등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원유 재고도 함께 줄어들었고, 이는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단계적으로 철폐할 것이라는 추측이 국제 원유 시장에 퍼진 것도 영향을 유가 오름세에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그러한 계획을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지만, 시장에선 중국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제롬 파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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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파월 의장이 2일(현지시간) FOMC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는 등 강경한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향후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다음 달 FOMC에서 금리 인상 폭에 속도 조절이 있을지언정 ‘Fed 피벗(pivot·입장 선회)’은 당분간 없을 것을 시사했다.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 상한선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달러 강세와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 원유 수요 감소 등으로 이어져 유가가 강한 상승을 보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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