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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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외환보유액이 27억 달러 가량 쪼그라들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다만 감소폭은 역대급이었던 지난 9월보다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은 10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140억 1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27억 6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3일 밝혔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 자체는 역대 두번로 크게 줄었던 9월(197억 달러 감소)보다 축소됐다. 월 감소 폭이 가장 컸던 건 세계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의 274억 달러다.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줄어든 건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늘어난 데다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증가하면서다. 지난 9월에는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이들 통화의 자산 평가가치가 줄어들며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가 회복되면서 자산 평가 가치도 올라간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달 1.4% 상승했고, 파운드화는 4.1% 올랐다.
원화가치 방어를 위한 '실탄' 소진도 덜 했다. 한은은 “9월에 비해 10월의 외환 시장 쏠림 현상이 완화되며 변동성 완화조치 규모가 큰 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말 달러당 1434.8원까지 밀렸던 원화가치는 10월 말 달러당 1419.3원으로 오르며,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10월 외환보유고액은 유가증권(국채·정부기관채·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 등) 3623억5000만달러(87.5%), 예치금 282억9000만달러(6.8%),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143억1000만달러(3.5%), 금 47억9000만달러(1.2%), IMF포지션 42억3000만달러(1%)로 구성됐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12일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원화가치가 회복됐다”며 “10월에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할 필요가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줄었지만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데다 경상수지 적자 마저 우려해야 할 수 있어서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는 건 달러가 국외로 유출된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가 흑자면 외환 확보가 그나마 안정적이겠지만 지금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통화가치 하락에도 외환보유액을 더욱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이 늘어 원화가치를 밀어 올리는 등의 환율 조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기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그런 조정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로, 전월 대비 한 계단 하락했다. 9월 외환보유액이 200억달러 가까이 급감하면서 순위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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