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업계에서 '포트폴리오에 담을 게 없다'는 말이 많은 가운데 ELB가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에 4~5%를 웃도는 쿠폰(표면이자)으로 발행된 ELB 발행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ELB는 ELS(주가연계증권)처럼 주가, 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ELS는 기준선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만 ELB는 중도 상환을 요구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된다.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통상 ELS보다 기대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그러다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에 ELB 기대 수익률도 높아졌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금리 예금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는 신용도 AA급 등으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은행 대비로는 낮고 예금자 보호가 안 되기 때문에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준다. 최근에는 ELB 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발행사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하기도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 아무리 대형사여도 은행만큼의 발행사 등급이 안 되는 등의 이유로 금리를 조금 더 준다고 해도 경쟁이 안 된다"며 "예금이 4.5%를 주면 증권사는 4.8% 정도 나가야 경쟁력을 갖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중금리가 지금처럼 높지 않아 ELB 상품 수요가 크지 않았지만 하반기 들어 원금보장형 상품인데도 5%대 이자를 주는 상품이 발행되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발행된 ELB의 목표 수익률은 모두 4% 이상이다. 높게는 7%를 넘는 상품도 있다. 발행만기는 대부분 3개월, 6개월 등으로 짧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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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잃은 개미들…원금보장형 ELB에 수백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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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위기에 국내 주식, 채권시장이 모두 어려운 상황 속 개인 투자자들은 ELB를 투자 대안으로 삼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4~25일 모집한 ELB 2개 상품에만 880억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4.72% 쿠폰으로 발행된 3개월 단기물이 약 638억원, 4.8%짜리 6개월물 상품이 약 243억원어치 팔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전달까지만 해도 ELB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 ELB 금리가 상향 조정되면서 수요가 몰렸다"며 "특히 3개월, 6개월 단기 자금이 필요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도 원금보장형 ELB에 이달에만 478억원의 자금이 쏠렸다. 지난달 발행량이 25억원이었던 것과 대비하면 20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평균 쿠폰 이자율은 9월 5.00%, 10월 5.09%로 상승 추세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ELB 평균 쿠폰이 1.3~1.5%였지만 올해는 일반적으로 약 4.5%,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높은 경우 8.4%대 상품까지 나왔다. 유진투자증권도 지난 17일까지 진행된 공모에서 4%짜리 ELB에 50억원이 유입됐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ELB를 활용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유동성 확보가 화제인 상황에 ELB가 증권사에도 단비같은 역할이 되는 셈이다.
안인수 교보증권 에쿼티솔루션부장은 "시중금리가 많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모집된 자금의 활용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투자자는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증권사는 ELB 상품을 판매해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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