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이번 국제행사의 대단원에 해당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 영성과 믿음의 역할’이었다.
세계참여불교연대의 국제 컨퍼런스가 29일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관에서 열렸다. 법륜스님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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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에 오른 법륜 스님은 “세계가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한 뒤 “대부분 사람은 하루하루 살기 바빠서 이런 위기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서 위기가 오진 않는 건 아니다. 우리가 위기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이러한 위기의 궁극적 원인이 ‘욕망’이라고 지적했다. 법륜 스님은 “원인의 원인을 찾다 보니 우리의 욕망이 그 원인이더라.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해야 잘 산다고 하는 소비주의에 우리는 중독돼 있다”며 “불행하게도 절제를 가르쳐야 할 종교가 이런 욕망을 부추기는, 복을 비는 종교로 전락했다. 그래서 나는 종교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종교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했다. “개개인이 무엇보다 소비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사회적 실천이 없는 불교는 오늘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부처님 가르침 자체가 ‘잉게이지드 부디즘(Engaged Buddhismㆍ참여 불교)’이다.”
주 캐나다 스리랑카 대사인 하르샤 나바라트네 INEB 이사장이 세계참여불교연대 심포지엄의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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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기조연설에 나선 하르샤 나바라트네(주 캐나다 스리랑카 대사) INEB 이사장은 “오늘 우리는 두려움에 의한 기도가 아닌 과학적 이해에 근거한 현실적인 행동으로 미래에 대해 대처해야 한다”는 달라이 라마의 메시지를 인용하며 메시지를 열었다.
나바라트네 이사장은 “저는 이 시대에 인간성 상실로 인해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수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수행은 인간 문명의 일반적 자원이다. 따라서 특정 수준의 스님들이나 종교인들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저는 1988년부터 정토회를 통해 수행을 일상화하는 수행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패널 토론에는 안재웅 YMCA 이사장, 칼라파나 스님(스리랑카 국가인권위원), 페카메초(주한 핀란드 대사), 수이멩(라오스 시민활동리더솜밧솜폰의 부인), 후아분야피솜판(태국 트랜스젠더 운동가) 등이 참여했다.
수이멩 여사는 “시민 운동을 하던 제 남편이 실종되기 전에 종종 했던 말이 있다. ‘자신의 내면이 비어있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안내할 수 있겠는가.’ 운동가는 자기 자신을 충분히 돌아보아야 한다. 영적인 돌아봄이 없다면 시민 운동은 얕아지고, 지속하기가 어려워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관에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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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참여불교연대의 심포지엄에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부탄, 미국 등에서 불교 사회활동가 150여 명이 참석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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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27일부터 이틀간 경북 문경 선유동정토연수원에서는 ‘분열된 세계에서 불교의 역할’이란 주제로 세계참여불교연대 콘퍼런스가 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인 한반도 평화 문제, 지구 환경과 팬데믹으로 초래된 각종 분열과 빈부격차 등 인류의 생존 문제에 대한 불교의 역할이 논의됐다.
사이 샘 칸 INEB 이사는 기조연설에서 “이념ㆍ영토ㆍ자원에 대한 욕망과 여기에 더해진 국가 지도자들의 자존심이 전 세계에 전쟁을 부추긴다”며 “모든 전쟁의 이면에는 이익을 위한 기업들의 전쟁 자금 지원이 있다.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동교회 박종화 원로목사가 29일 정토사회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세계참여불교연대 심포지엄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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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에는 한국 비구니 교육의 본산인 경북 청도 운문사에서 ‘21세기 비구니의 연대 의식’을 주제로 공개 심포지엄이 열렸다. 비구니 출가를 인정하지 않는 동남아 불교의 테라바다 전통의 입장에서는 심포지엄 장소와 주제 모두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태국의 담마카말라 비구니 스님은 “현재 태국에서는 수계를 받은 비구니라 해도 정식 승려로 인정받지 못한다. 호칭도 ‘~양’ ‘~여사’ 등으로 불린다”며 자신이 속한 비구니 사찰에서 펼치고 있는 어린이 교육과 중환자 보살핌, 명상 지도 등 활발한 사회적 기여를 담은 영상도 소개했다.
◇세계참여불교연대(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ts, INEB)=1989년 태국의 아잔 술락 박사와 일본의 테루오 마루야마 스님이 중심이 돼 설립한 불교 NGO단체연합체다. 태국 방콕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현재 아시아ㆍ유럽ㆍ북미ㆍ호주 등 25개국의 불교 단체와 불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2년마다 회원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INEB 콘퍼런스는 2003년에 이어 올해 한국에서 두 번째로 개최됐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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