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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보청기 착용 늦어지면 적응 어려워, 청력에 맞춰 정교하게 피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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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보청기 사용법

중앙일보

히어링허브 최송 원장은 “보청기 소리가 불편하면 가상음향환경에서 피팅을 받아 주파수를 조정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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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은 나이 들수록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지 말고 보청기를 적극적으로 착용하면서 감각 기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치매·우울증 같은 건강 복병을 멀리할 수 있다. 청력은 다양한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면서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활동적인 노년(active aging)을 평가하는 요소의 하나로 청력을 꼽는다.

문제는 난청이 있는데도 보청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히어링허브 종로센터 최송(청각사) 원장은 “난청이 심한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보청기 착용 시기를 놓치는 사람이 많고,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원인”이라며 “특히 피팅이 정교하지 않아 말소리 변별력이 떨어지고 소리 울림, 귀 통증 같은 불편함 때문에 착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난청 유형·생활환경 고려해 선택



보청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착용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최 원장은 “뇌가 원하는 자극이 들어오지 않아 청각 신경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써도 무슨 말인지 또박또박 이해하는 어음 변별력이 떨어진다”며 “보청기 착용이 늦어질수록 청신경이 점점 떨어져 적응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귀에서 왕왕 울리는 소리가 나고, TV 소리나 상대방의 말소리가 잘 안 들리는 등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낄 땐 보청기 센터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사람이 인지하는 주파수는 냉장고의 윙윙거리는 소음 같은 가장 낮은 대역에서부터 새소리와 같은 높은 대역까지 다양하다. 검사에서는 말소리 주파수 대역에서 발음·받침이 잘 안 들릴 수 있는 어음 대역의 청력 최대치(순음 청력검사)를 집중적으로 본다. 최 원장은 “검사를 하는 과정만으로도 힘들어하는 분들이 꽤 있다. 오랜 기간 난청에 익숙해져서 보청기를 꼈을 때 울림이나 큰소리에 적응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보청기를 써야 하는 난청일 땐 자신의 청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난청 유형이 다양하고, 난청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생활환경이 각자 달라서다. 예컨대 대부분의 노인성 난청이 속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일 땐 신호대비잡음비(SNR)를 향상해 말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 도움된다. 이명을 동반한 난청일 땐 이명을 차폐하는 소리를 발생시켜 뇌에서 이명 소리를 덜 탐지하도록 돕는 기능의 제품을 권한다. 최 원장은 “특히 이명이 조건반사 형태로 굳어지기 전에 이명의 주파수 대역을 찾아 이를 보완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소리 재활 치료를 보청기 착용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이면 착용 시 눈에 띄지 않는 초소형 타입이나 무선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제품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최 원장은 “보청기 종류는 300여 가지가 넘고, 제조사마다 고유 형태와 추구하는 소리가 있다”며 “부드러운 소리, 또는 원음에 가까운 생생함 등 특성이 다르므로 다양한 종류를 청음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제품을 선택한 다음에는 정교한 피팅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청기 사용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피팅은 보청기 착용의 기대 목표에 달성할 수 있게 기기의 주파수를 조절하면서 사용자가 보청기에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최 원장은 “보청기 대부분이 해외 제품이라서 기본적인 세팅값이 있다. 그래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내 사용자에게 적합한 공식을 적용해 소리를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음향환경서 주파수 맞춰야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귓속말로 속삭이는 것보다 작은 1데시벨(dB)의 차이로도 언어를 이해하는 판별력이 10% 이상 달라진다. 정교한 피팅이 요구되는 이유다. 최 원장은 “실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피팅을 진행하는 가상음향환경(VSE·Virtual Sound Environment) 피팅 시스템은 소리의 방향성과 소음 속 어음 변별력 향상을 돕는다”며 “이런 정교한 피팅은 보청기를 편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가상음향환경은 식당·강당·회의실 등 생활공간음을 피팅실 상하부에 설치된 10개의 스피커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한 것이다. 환자가 듣는 데 어려워하는 일상의 소음 환경을 만든 뒤 사용자에게 맞게 보청기 주파수를 조절한다. 일반적으로는 조용한 환경의 피팅실에서 보청기의 주파수를 조절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일상의 실제 소음을 반영하지 못한다.

최 원장은 “자동차가 지나갈 때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 불편한 경우 조용한 피팅 환경에서 자동차의 주파수 대역을 낮추면 그 당시에는 잘 들린다. 하지만 실제 생활환경의 소음 속에서는 듣는 것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로 보청기의 효과를 못 느끼거나 불편해 보청기를 빼버리고 더는 착용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상음향환경 피팅 시스템은 피팅실과 실제 사용 환경의 격차를 줄여 주파수를 맞추므로 실생활에서 불편함이 작다”고 설명했다.

보청기는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이다. 착용 후 평균 20회 이상 청각센터를 방문해 소리에 대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 최 원장은 “적절한 관리를 못 받으면 주변 소음이 있는 상황에서 말소리가 왜곡돼 들리거나 어음 이해력이 떨어진다”며 “한 곳에서 꾸준히 관리받으면서 자신의 청력이 지나온 기록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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